등록 : 2005.08.02 19:59
수정 : 2005.08.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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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동아리를 이끌며 8년 넘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대중공업 장무식 과장(왼쪽)이 휴식 시간을 이용해 회사 동료들에게 수화를 가르쳐 주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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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봉사 그게 휴가죠”
“봉사에 휴가가 따로 있나요?”
40대 회사원이 여름 휴가 중에도 치매 노인과 정신지체 장애아들을 돌보고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 장무식(41) 과장은 동료들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9일 동안 여름 휴가를 떠났지만 자신은 사흘만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냈다. 나머지는 치매노인 수용시설인 ‘은빛노인 보호센터’와 정신지체 장애아 수용시설인 ‘혜진원’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연일 30℃를 넘는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시설에서 청소를 하고 어르신들의 수발을 들고 아이들을 목욕시켰다.
장 과장은 3년 전 중풍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은빛노인 보호센터’를 처음 찾았다. “어머니께서 치매로 고생하시는 것을 보고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기적으로 찾게 됐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기증받은 반찬·간식거리를 한 아름씩 들고 오는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들처럼 대하며 기쁘게 맞는다. 그는 ‘혜진원’과는 수화동아리 ‘손사랑회’를 통해서 인연을 맺었다. 울산 지역 8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손사랑회’ 회장을 8년째 맡고 있는 그는 회원들과 다달이 1~2차례 혜진원에서 청소 등을 하고 때로는 시설 보수를 한다.
장 과장은 오는 27~28일엔 1박2일 동안 혜진원 원생 30여명 모두를 현대중공업이 운영하는 하계휴양소로 초청해 함께 지낼 계획이다.
장 과장의 이런 계획을 전해들은 동료들은 “당연히 그러고도 남을 친구”라며, 오랜 기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선행을 펼쳐온 그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다보면 자연히 심신이 재충전되게 됩니다. 그게 바로 휴가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기만 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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