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한백교회 이상철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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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목사가 지난 19일 목회를 맡고 있는 서울 서대문 한백교회에서 최근 원장을 맡은 크리스챤아카데미 운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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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 등 기독교인지 의심”
‘탈성직·탈제도·탈교권운동’ 중요 1965년 설립 화두 ‘인간화’에 초점
종교간 대화·예비성직자 조직화 등
“제2 아카데미 르네상스 소망하며” 이 원장의 가장 큰 고민은 한국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반전된 현실이다. “지난 2천년 역사에서 기독교는 여러 차례 변혁의 중심에 있었고 시대와 문화를 선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도 진보 기독교는 민주주의·인권·자유를 위해서 투신했고, 보수 기독교도 교인들을 위로하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나름의 구실을 했지요.” 그러나 지금 한국기독교의 가장 드러나는 모습은 ‘극우세력의 최후 보루이자 반동성애운동의 최대 숙주’다. “솔직히 극우정치운동을 하는 전광훈 목사와 그를 따르는 교인들을 기독교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문제는 한국개신교가 청년정신을 상실한 데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개신교인, 즉 프로테스탄트는 말 그대로 저항하는 사람, 개기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교회가 체제수호적이 되다 보니 게토화되었고 청년들이 들어올 이유가 없어졌어요. 탈성직, 탈제도, 탈교권을 시도하는 운동이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는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통해 형성된 이미지와 실제 기독교인들의 실상은 다르다며 ‘희망’을 드러냈다. 그가 관여하는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최근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2천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확인된 모습이다. “개신교인 중에서 ‘타종교에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7%에 이르고, ‘진리가 없다’는 사람은 23% 정도밖에 안 됐습니다. ‘남북통일운동에 개신교가 참여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46%로 일반인보다 높았습니다. 기독교인 대부분이 그렇게 꼴통이거나 극우주의자가 아니란 것이죠. 이미 교인들 안에 탈교권의 토양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는 아카데미가 처음 출범했을 때 화두로 붙든 ‘인간화’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시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고 본다.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끝나고 자본의 전 지구적 재편이 완성된 지금, 인간소외는 오히려 극심해진 상황입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보듯이 이제 부의 세습으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게 된 구조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화는 누구 한 명이 답을 낼 수 없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죠.” 그는 교회 안팎에서 인문학과 신학을 교차시키는 작업이 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제크, 아감벤, 바디우 같은 철학자들은 마르크스주의자지만 자본주의 붕괴의 ‘실마리’를 기독교로부터 가져옵니다. 기독교와 성서 안에 이미 전복성이 내재해 있다는 것이죠. 이들의 고민은 자본이라는 보편적 전체성 앞에 더는 적수가 없다는 절망적 상황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이런 보편성이 최대 정점이었던 시기가 또 있었는데 바로 고대 로마였습니다. 사상가들은 기독교가 어떻게 로마의 통치에 균열을 냈는지에 주목합니다. 주인과 종, 남성과 여성, 가진 자와 없는 자를 가르는 차별의 경계를 절단해낸 기독교의 힘이 어디 있는지 주목하고 나름의 가설을 내놓고 있어요.” 이 원장은 우선 크리스챤아카데미의 중요한 전통이었던 종교간의 대화를 복원하고, 특히 다양한 종교의 예비 성직자들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자신이 직접 레비나스와 같은 철학을 강의하는 강좌도 열 생각이다. 최근 뜨거운 주제인 페미니즘을 놓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는 모임, 청년 조직들을 만나는 자리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크리스챤아카데미가 해온 역할을 ‘21세기’ 상황에서 새롭게 상상해보려고 합니다. 제2의 아카데미 르네상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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