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8 19:52
수정 : 2018.10.18 20:07
내달 4일 취임 원불교 전산 종법사
18일 ‘머리 깎고’ 기자간담회
“수만명 야외 취임 대신 실내서
내 욕심 놓으면 모든 일이 수양”
스무살 출가 교정원장 등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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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4일 취임하는 원불교 전산 종법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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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4일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종법사 대사(취임)식이 거행된다. 지난 18일 선출된 전산 김주원(70) 종법사가 12년간 재임한 경산 장응철 상사에 이어 앞으로 6년간 원불교를 이끌게 된다. 취임 전부터 그의 행보가 남다르다. 우선 익산 원불교중앙총부 광장에서 수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거행하던 대사식 관행을 깨고, 1300명을 수용하는 실내에서 거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과시식 행사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또 종법사 위에 올라서도 총부내 식당에서 모든 대중들과 똑같이 식사를 하겠다고 했다. ‘권위’를 내려놓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18일 중앙총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 비장한 각오를 보이듯 그는 삭발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나는 모든 게 부족해서 그 부족을 채우려 출가하고서도 늘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 자리에 앉히니 ‘이게 내 자리가 과연 맞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첫일성은 겸허했다. 그러나 그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나고자라 전주고 2학년 때 교동교당에서 원불교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스무살에 출가해 원불교 교정원장 등 요직을 거쳤고 이미 12년 전에도 종법사 후보로 꼽혔다. 그는 내성적이지만, 소신이 분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예전에 교단 내 소임을 할 때는 법을 엄정히 세워야한다는 생각만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을 미쳐 잘 생각치 못했는데, 법도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있는 것이니, 사람을 상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사회적 적폐 청산운동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어야 하나? “불의를 쳐서 세운 정의는 오래가지 못한다. 상대의 폭력에 비폭력으로 맞선 간디 같은 정치인도 있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도인의 심법이다. 현실 정치인들이 그런 심법을 쓰기는 쉽지 않겠지만, 정의와 불의를 넘어선 큰 덕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게 필요하다.”
남과 북에서도 그런 큰 국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산(2대 종법사 송규) 종사는 ‘언제 남북 통일이 되겠느냐’는 물음에 ‘서로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질 때’라고 했는데, 요즘 현실을 보면서 어른들이 말하는 때가 오고 있음을 느낀다. (남북 사이의 문제를) 풀려면 세가지를 해야 한다고 대산(3대 종법사 김대거) 종사께서 말했다. 첫째 대참회다. 과거는 어두운 시대라 서로 증오하고 업을 지었으니 한쪽만 나무랄 일이 아니라 함께 대참회해야한다는 것이다. 둘째, 해원을 해야한다. 서로 죽이고 죽였으니, ‘네가 먼저 미움을 풀어라’고 하지말고 서로 함께 풀어야한다는 것이다. 셋째 대사면이다. 원망심을 녹이고 용서를 해줘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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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 종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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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 종법사는 원불교의 창립정신을 ‘무아봉공(無我奉公·나를 넘어 공익을 위함)이라고 했다. 그는 “대산 종사께서는 이를 ‘남을 나로 알고 사는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다. 나라는 게 끼면 사람을 만나도 뭔가 벽이 있어 소통이 안되는데, 남을 나로 알면 항상 그의 마음이 느껴져 특별히 뭘 하려하지 않아도 상대에 대한 세정이나 이해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또 “원불교의 수도는 산속에 들어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곳곳마다 부처 아닌 이가 없고, 일마다 불공 아닌 것이 없다)으로 일 자체가 수도가 되는 것”이라며 “내 욕심을 놓으면 모든 일이 수양이 된다”고 했다.
그는 우울의 시대를 맞은 청년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이 부탁으로 말을 맺었다. “청년들 아픔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그럼에도 절처봉생(絶處逢生)이다. 꽉 막힌 길에서 새 길이 열리는 법이다. 내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고, 능력이 없다고 한탄만한다면 길이 열릴 턱이 없지만, 그럼에도 나를 던져 사력을 다한다면 어찌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인간이 살아온 역사가 어려움 속에서 그렇게 길을 연 것이다.”
익산/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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