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의 공동체마을 체험기
미국 브루더호프공동체
8. 뒷담화 말고 앞에서 솔직하게 얘기하라
브루더호프 사람들은 거의 매일 야외에서 마을사람들끼리 모여 대화한다. 흉금 없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깊은 갈등의 소지를 줄여간다.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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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 다함께 거의 매일 모여
방문자에게 진솔한 논쟁 속살 보여줘
평화로운 마을 뒷면엔 부끄러운 ‘흑역사’
지도자 크리스토프의 부친 하인리히
독재자로부터 밀림 귀양 보내져도
누구도 저항 못했던 부끄러운 기억들
브루더호프는 카메라에 상당한 경계심을 보였다. 공동체원들의 초상권을 보호해주고 싶은 배려심 때문이겠지만, 종교개혁 세력과 나치 정권에 이어 영국에서까지 박해를 받고, 공동체를 컬트(이단)로 음해하는 이들에게 당한 트라우마 때문에도 그런 듯했다. 사진을 찍고 싶은 열망이 컸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을 만큼 모습 하나하나가 아름답고도 특별했다는 뜻이다. 한국의 보통 개신교인들과 달리 내놓고 포도주나 맥주를 즐기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공동체원 전체가 모이는 모임의 대부분은 언덕 위 잔디밭에서 열렸다. 원으로 겹겹이 배치된 긴 나무의자에 가족들끼리 앉았다. 주일에도 주기도문 암송과 찬송가, 설교 등으로 이어지는 ‘예배 틀’이 없었다. 노래는 많이 불렀지만, 일방적인 전달인 설교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공동체원이 자신들의 신상이나 생각을 나눴다. 이 마을 300여명 가운데 누구도 ‘무관심’ 속에 방치되지 않았다. 모임 도중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파라과이 등에 있는 브루더호프 마을 공동체원들과 전화를 연결해 안부를 묻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재해지역과 분쟁국에 파견된 형제들과 연결해 소식을 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사망했다거나 아프다거나 사고를 당한 슬픈 소식엔 모두 함께 슬퍼했고, 기쁜 소식은 축하해주었다. 예배나 기도를 위한 별도의 시간 속에서만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려는 시도는 시간 낭비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들은 일상 속에서 ‘사랑’을 나눔으로써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나도 함께하고 있다’는 그리스도의 말을 증거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족 간에도 진솔한 대화는 필수적이다. 상대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더라도, 뒷담화하지 않고, 상대방 앞에서 직접 솔직하게 얘기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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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대화 습관은 어려서부터 길러진다.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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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음주운전했다”
면전에서 말하고, 공개적으로 사과
‘식사 재료’ 놓고도 반론에 반론
민주주의 지켜내는 그들만의 지혜
우드크레스트를 떠나기 전 크리스토프 부부의 집을 찾았다. 벽면에 리처드 스콧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환대해주었다. 브루더호프에 대해 칭찬하자 크리스토프의 부인은 “우린 연약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프는 “왜 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휴직 기간에 공동체를 찾아다니며 살아보는 희한한 기자에 대한 당연한 궁금증이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어린 시절 부친과 모친이 방물장수·보따리장수들과 걸인들을 그냥 보내지 않고 늘 밥을 먹이고 잠을 재우고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하느라 가족들끼리만 식사해본 경험이 별로 없었던 고향집의 모습을 소개하며, “우리집도 공동체의 일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부인 베리나는 “바로 당신의 부모님 같은 이들이 천국을 만드는 분들 아니냐”며 감동했다. 브루더호프에서는 지도자들이 군림하지 않고 모두를 섬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신자를 사익의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하대하고 군림하는 종교인들을 적잖이 보면서 ‘성직자란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컸기에 이들의 비권위적인 섬김이 더욱 감동이었다. 그런데 공장장인 델프가 때마침 준 <꿈꾸는 인생>(홍성사 펴냄)이란 한국어판 책을 읽고 감동이 부서졌다. 브루더호프의 창시자인 에버하르트의 아들이자 크리스토프의 아버지로서, 브루더호프 10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요한 하인리히 아르놀트의 전기였다. 그 책 표지 날개엔 내가 1999년에 영국의 다벨 브루더호프를 방문해 쓴 르포기사와 함께 내 이름이 실려 있었다. 처음엔 살짝 훑어만 볼 셈으로 집어들었는데, 손을 떼지 못하고 단숨에 읽고 말았다. 그 책엔 브루더호프의 흑역사가 담겨 있었다. 에버하르트 사후 지도자가 된 사위 한스에 의한 독재와 배신과 갈등과 분열이 낱낱이 소개된 것이다. 주인공 하인리히가 매형 한스에 의해 파라과이 밀림 속으로 귀양 보내져 처자식도 만나지 못하는 등 몇년을 죽음의 위기 속에서 보내며 처절히 부서져버린 지옥 같은 삶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브루더호프 공동체 사람들은 매일 점심식사를 온마을 사람들이 함께 한다. 개인적이기보다는 매사를 ‘함께’ 나누는 것이 공동체의 삶이다.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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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브루더호프공동체의 지도자인 장로 크리스토프와 부인 베리나. 사진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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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더호프에선 대부분의 모임을 야외의 자연 속에서 갖는다.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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