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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04 19:13 수정 : 2017.04.21 17:47

【짬】 국선도 사범 키우는 천선원 허경무 도종사

허경무 도종사
‘갓 쓴 장안의 기인’으로 지난해 11월 별세한 한양원(1924~2016) 전 민족종교협의회장이 청산 선사(본명 고경민·1936~?)에 대한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실내에서 청산 선사가 공중에 떠서 200여명의 대중들 주위를 빙 돌더라’는 얘기였다.

비틀스의 스승으로 유명한 인도의 요기 마하리시 마헤시도 “초월명상(TM)을 하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고 해 한때 시선을 모았다. 오래 전 이를 검증해 보았으나, 초월명상을 한 이들에게서 그런 능력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비해 국선도나 천도교의 시천주 주문 수련 현장에서는 콩이 튀듯 엉덩이가 펄쩍펄쩍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인간이 공중에 떠서 돌아다녔다는 얘기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 전 회장은 기자들 앞에서 “직접 봤다”고 주장했다. 그런 일화를 많이 남긴 청산이 하산해 국선도를 세상에 전한 지 올해로 50년이 됐다.

국선도 전파한 청산 고명민의 수제자
태권도 무공 쌓다 매형 소개로 인연
무술보다 호흡·명상으로 내공 길러

“자기다운 삶 사는 전인격 양성 목표”
세계국선도연맹 창립 50돌 맞아
8일 학술대회 9일 기념대회

세계국선도연맹이 있는 충남 공주시 이인면 목동리 천선원을 찾았다. 청산의 법제자인 도운 허경무(70) 도종사가 머무는 곳이다. 2년 과정의 국선도 대학에서 사범들을 양성하는 곳이기도 하다.

10년 만에 보는 도종사는 선풍도골 풍모가 더해졌다. 청산이 무골이라면 그는 도골이다. 청산이 하산한 1967년만 해도 해방 후 이승만·박정희 정권에 의해 동양적인 것은 모조리 미신으로 치부됐다. 그래서 청산은 일본 <후지티브이> 쇼에 나와 불 속에서 타지 않거나, 미국 후버댐의 수중에서 18분간 머무는 등의 시범을 통해 ‘수련의 실제’를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도종사는 스승의 그런 외피 속에 가려진 ‘진정한 도(道)’를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그에게 한 전 회장의 증언을 전하며 “그게 가능한 얘기냐”고 물었다. 그는 “호흡을 통해 단전에 기(氣)가 축적되면, 별 기이한 현상들이 의도치 않게 일어나게 된다. 스승님이 앉은 채 공중에서 앞으로 날아갔을 테지만 처음 보는 이들은 너무 놀라 빙 돈 것으로 느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온 요기가 1970년대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이 하는 국선도 행공을 보고 놀라던 모습이 기억난다. 만약 인도 요기에게 국선도의 몇가지 기능만 가르쳐도 그는 단박에 세계적 유명세를 타게 될 것이다.”

초기 국선도는 무인들에게 알려지면서 육해공 삼사관학교와 국회, 관공서에서 가르치기 시작했고, 옛 정신문화연구원에서도 비중있게 다뤘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도 수련한 적이 있다고 한다. 1970년 서울 종로 국선도 본원에서 여당인 공화당 윤길중 총무와 야당인 신민당 조윤하 의원 등 유명 정치인들이 수련했다. 놀 때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그때 청산은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사건으로 얽혀 1980년 봄 구속돼 7년형을 선고 받고 6개월을 복역한 뒤 석방됐다. 국선도에선 1984년을 청산선사가 재입산한 해라고 밝히고 있으나, 세간에선 신군부에 의해 끌려간 상당수가 고문후유증으로 세상 떠나기도 했고, 그 이후 청산의 자취를 아는 사람이 없어 1980년대 청산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허 도종사는 이에 대해 “가족들이 생존해 있는 만큼 이 부분은 타인들이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허경무가 고교 졸업 뒤 청산을 만난 것은 태권도 6단으로 충남 오도관장이었다가 훗날 기독교 목회를 한 매형 이종택 목사의 소개를 받고서였다. 중·고교 때 태권도 복싱을 해 펄펄 날던 그가 매형에게 “우리나라에서 누가 제일 세냐”고 물으니 “기인이 나타났다”며, 매형과 의형제였던 청산을 알려주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도장에 가보니 무예는 안 가르쳐주고 벽 보고 숨만 쉬라고 했다. 곁눈질로 행공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다 덤벼도 한주먹감도 안 될 것 같았다. 또래들과 도장을 내려오며 불만을 토로할 때 청산과 맞닥뜨렸다. 청산의 숙소인 낙원여관에 갔다. 혈기방장한 허경무의 불만을 들은 청산은 각목에 손으로 대못을 박고 나중엔 볼로 박아 넣었다. 다시 이로 그 못을 뽑아냈다. 청산은 허경무에게 새벽마다 인왕산 수련터로 오라고 했다. 그때부터 그는 스승만 믿고 호흡과 명상으로 내공을 쌓았다.

그도 당시엔 격파 등 시범을 보였던 무예 고수였지만, 이를 드러내기를 꺼린다. 그러나 그에게 1년 남짓 배운 제자가 제1회 전국무술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만큼 국선도는 간단치 않은 무예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진정한 힘은 용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고 했다. “격파 때 손바닥 힘은 한계가 있지만 마음은 한계를 뛰어넘는다. 육체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면 그 한계 속에 갇히고 만다. 그러나 내 안의 생명의 핵인 영이란 본질을 보고 그 힘을 통하면 한계를 단박에 뛰어넘을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외적인 힘을 자랑하기보다는 다시 경계한다. 그는 “수련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나타나는 현상에 현혹돼 언제든 그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것처럼 내세우면 결국 사기꾼, 무당이 된다”며 “국선도는 마음의 중심을 잡고 비굴하지도 휩쓸리지도 않고 자기다운 삶을 살아내는 전인격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전에 의식을 집중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연맹은 경기도 과천시민회관에서 8일 ‘국선도의 현대적 의의와 사명’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9일 오전엔 ‘제7회 국선도대회’, 오후엔 개원 50돌 기념식을 연다.

공주/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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