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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간 대화 40년…밝아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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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오래된 새길 찾아서’ 세미나 대화 이어 1919년 3월 1일 비폭력독립운동을 시작한 이 땅의 민족 대표 33명은 모두 종교인이었다. 기독교, 천도교, 불교 등 각기 다른 종교인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나선 것이다. 훗날 간디의 비폭력독립운동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 3.1운동은 종교 간 테러와 전쟁의 끊이지 않는 지구에 서광을 비춰준 사건이었다. 선구자들의 이런 길을 잇고자 시작된 것이 강원용 목사의 종교간 대화 운동이었다. 2003년엔 가톨릭의 문규현 신부, 불교의 수경 스님, 개신교의 이희운 목사, 원불교의 김경일 교무 등 종교인들이 함께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3보1배로 새만금갯벌 살리기에 나서 세계 환경애호가들로 부터 새문명을 여는 운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65년 10월 18~19일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서울 용당산호텔(현재 한강호텔)에서 ‘한국 제 종교의 공동과제’라는 주제로 ‘6대 종단 지도자 대화 모임’을 한 지 40년. 지난 18일 서울 수유리 ‘기독교장로회 아카데미하우스’에서는 ‘대화문화아카데미와 종교 간 대화 40년-오래된 새길을 찾아서’란 주제로 대화모임이 열렸다. 종교 간 대화의 물꼬를 텄던 강 목사는 인사말에서 “1965년 6대 종교지도자 모임은 혼합종교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각 종교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공동과제를 찾아 함께 일해보자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종교 간의 현존한 대립관계를 생각할 때 참가자들은 서로 조심스럽고 긴장할 수 밖에 없었고, 기독교 안에서 어떻게 우상을 숭배하는 불교와 대화하느냐는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고 회고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한 최준식 교수(이화여대 한국학과)는 “한국처럼 세계를 대표하는 종교들이 들어와 대등한 세로 각축을 벌이는 나라가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며 “그래서 한국은 종교 간 대화를 하기에 매우 좋은 실험장이자 학습장”이라고 밝혔다. 이정배 교수(감리교신학대 종교철학과)는 “대화란 ‘하나(자기종교)만 알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종교학의 공리, 즉 자신을 더욱 철저히 알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에 어느 형태로든지 자기 종교의 인식 틀(진리관)을 선험적으로 전제하기보다는 그것마저도 대화적 과정 속에 맡기는 것이 대화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문화아카데미 박종화 이사장은 ‘빨리 가려거든 혼자서 가라, 멀리 가려거든 함께 손잡고 가라’는 아프리카의 격언을 소개하면서 종교 간 대화의 비전을 제시했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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