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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 스님이 지난 7월 대만 불광산사를 방문하던 중 콘크리트벽 아래서 죽어가던 새를 우연히 발견하고 가슴 아파하며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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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금 생명나눔운동 ‘보시’ 그러나 총무원장 권한 대행인 현고 스님은 “‘5시께 의료원장으로부터 집도에 들어간다’는 전화를 받고, 이제 색신(몸)으로서 원장 스님은 끝이구나는 생각에 잠시 가슴에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면서 “회의에서도 이제 법장 스님의 몸은 산산이 나눠져 새로 쓰일 사람에게 가기도 하고, 실험용으로 쓰이기 위해 흩어졌으니 더 이상 거기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했다”고 영단 설치 주장에 못을 박았다. 법구 기증으로 장례식 날의 가장 큰 행사인 다비식은 없다. 한국 불교 원로스님의 장례하면 다비식을 떠올릴 정도로 다비장 없는 장례식은 지금까지 상상키 어려웠다. 또한 수천, 수만 명이 운집한 다비식과 그에 이은 사리 친견은 불교계에 가장 큰 이벤트이기도 했다. 장례식이 불자들의 신앙심을 결집시키는 구실을 한 셈이다. 그러나 최근 다비식이 갈수록 화려해지고, 장례식에 온 승려들에게 일일이 ‘5만~20만원 가량’의 여비를 챙겨주면서 장례를 치르는 사찰이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빚을 지게 되자 허례허식을 비판하는 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숭산 스님의 열반 뒤엔 조계종 원로들의 모임인 원로회의에서 앞으로 호화로운 장례로 인해 사중에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의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또 평소 “육신은 지(땅), 수(물), 화(물), 풍(바람) 등 4가지로 흩어지므로 그 몸에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도 사리 수습에 집착하고, 탑과 비를 세우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법장 스님의 법구 기증으로 불교계의 장례 문화도 자비 정신을 살리는 쪽으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경 스님은 “어떤 것이 자비 정신이고 불교 정신인지는 명확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장례식에선 승려들에게 일체 여비를 주지 않고 있다. 예전 같으면 총무원장의 장례식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신 조의금은 모두 생명나눔운동과 승려노후복지기금으로 보시된다. 그런데도 법장 스님의 법구가 기증된 마당이어서 누구도 불만을 나타낼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조계사 빈소엔 스님들과 불자들의 사후 장기기증과 주검기증 서약이 잇따르고 있다. 저승길이 아니라 수 많은 환자들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생명 길을 법장 스님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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