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30 16:59
수정 : 2005.08.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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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전통 사찰에서 경전을 읽고 있는 티베트 승려들. 근기에 따른 단계적인 수행이 티베트 불교의 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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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걱정할 필요 없이 해결하면 된다./만약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해결할 수 없으므로!”
티베트 스승들의 가르침대로 이런 마음 자세를 지닌다면 ‘고통의 바다’조차 유유히 헤엄치며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티베트 수행자들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서 나침반으로 삼는 ‘람림’이 <티베트 스승들에게 깨달음의 길을 묻는다면>(하늘호수 펴냄)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티베트 밀교사원에서 19년 동안 공부한 뒤 지난 1996년 한국에 건너와 부산 광성사에서 티베트경전과 티베트어를 가르치는 초펠 스님이 번역했다. 초펠 스님은 한국에 건너온 지 2~3년 만에 한국인 뺨치는 한국어 실력을 갖춰 주위를 놀라게 했다. 람림은 중생의 근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천 수행해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보리도차제’로 해석된다. 이번에 편역된 람림은 티베트 불교 초기 위대한 스승인 쫑카빠 대사와 근세 가장 위대한 수행자로 알려진 바봉카 린포체의 법문에 따른 것이다.
티베트 출신 초펠 스님…수행 나침반 ‘람림’ 번역
‘길을 묻는다면…’ 펴내…생각을 바꾸면 고통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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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동기에 따라 공덕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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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스승들은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을 위해 무엇보다도 ‘마음의 동기’를 중시한다. 똑같이 기도하더라도 마음의 동기에 따라 공덕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위하려는 보리심으로 기도한 사람은 깨달음의 원인이 되지만, 이번 생의 행복만을 위해 기도한 사람은 이번 생에선 행복을 얻을 수 있으나 다음 생에선 지옥·아귀·축생계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티베트 불교에선 특히 ‘근본 스승을 찾는 것’을 강조한다. 자신의 근기에 맞게 지도해 줄 수 있는 스승을 ‘살아 있는 부처님’으로 모시고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스승을 찾을 때 자신은 실천하지 않고 미사여구로 남에게 달콤한 법문을 하는 이를 경계하고, 계율에 의지해 자기 마음을 조복한 자, 선정으로 산란한 마음들을 없앤 자, 지혜로써 아상을 없앤 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티베트 불교의 핵심은 보리심 닦기다. 보리심을 갖기 위해선 우선 일체가 어머니임을 알아차리라고 한다. 대지의 흙알갱이 수보다 더 많은 전생 동안 우리는 각기 다른 생명으로 태어난 적이 있기에 일체 생명이 우리 어머니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 일체 중생의 은혜에 보답하고, 자애심과 연민심을 내도록 한다.
또 삶 속에서 구체적인 수행의 방법으로 장애를 없애지 못할 때는 장애를 수행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병이 생기면 전생에 자신의 불선업으로 지옥에 떨어질 과보를 지금 미리 가볍게 받는 것으로서 여기고, 누군가의 해침을 받는다면 수행하지 않고 윤회세계를 헤매고 있는데 이제 나에게 수행하라는 암시를 보내 도와주는 것으로 여기라는 것이다. 한 생각을 바꿈으로써 고통과 불행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수행법이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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