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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암 대정 스님(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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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감춘땅 (25) 무등산 석불암
그가 아이였을 때 어머니는 곁에 없는 때가 많았다. 잠에서 깨어나 “엄마, 엄마!”를 부르며 울다 지쳐서 다시 깨어나곤 했다. 사업이 망한 아버지 대신 일곱 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일하러 나간 어머니는 좀체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가 자라서 소년이 되고 그 소년이 자라 머리를 깎고 출가승이 되었다. ‘해탈 성불’해 중생을 구제하고자 출가했지만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더구나 어머니는 7남매를 낳았지만 장성한 자식들은 모두 제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 누구 하나 모실 사람도 없었다. 대정 스님 ‘아들’로 산 17년어머니 떠난 빈자리에
어머니 닮은 산만 덩그러니 그는 ‘지장보살은 자신의 성불을 뒤로 미루고 모든 중생을 지옥에서 구원하겠다고 나섰는데,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 한 분도 구하지 못한대서야 될 말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인사 강원을 갓 졸업한 그가 해인사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그가 어머니를 모시고 찾아든 곳이 이 깊고 깊은 산중이었다. 무등산은 어머니 같은 산이다. 어머니 젖무덤처럼 둥그렇고 덕스러워서다. ‘무등’은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자성의 본래 면목은 상(相)이 없기에 너나가 없고, 높낮이도 없다. 그러니 자식에 대한 어머니 마음에 등급과 차별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무등산은 뒤로 돌아가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흙밖에 없는 듯한 토산 위에 바위 가운데도 가장 신비스러운 바위를 다 모아놓은 듯한 서석대와 입석대, 규봉의 빼어남은 육당 최남선이 “금강산도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비길 경승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광주학생의거와 5·18의 힘을 품었을 만한 곳이다. 석불암은 그런 경승 속에 숨어 있다. 석불암 대정 스님(사진)은 수줍음이 얼굴에 가득하다. 어머니를 모시려 누구도 찾아오거나 들여다보기 어려운 이 깊은 산골로 와서 17년을 살았으니, 세상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그 어머니가 몇 달 전 세상을 떴다. 그는 이제 혼자다. 홀로된 자의 깊은 고독이 그의 눈동자 속에 잠겨 있다.
어머니가 건강했던 처음 10년은 단꿈을 꾸듯이 행복했다. 그런데 2000년 어머니가 병들어 자리에 누웠다. 그 이후 어머니가 숨을 거두는 날까지 그는 어머니의 손발이 되어야 했다. 자리에 누운 어머니에게 마지막까지 남는 건 슬픔과 외로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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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암의 본찰이던 규봉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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