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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을 만들고 있는 프랑스 청년들과 문정동성당 김홍진 신부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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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의 나라 프랑스 청년 260명 방한
함께 어우러져 다른문화 같은신앙 즐겨
한국가톨릭에 온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프랑스 출신이었다. 지난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된 순교 성인 103위 중에도 프랑스 신부 10명이 포함돼 있었다. 그처럼 2백여년 전 신앙을 전해준 프랑스인들의 후손들이 열흘 동안 한국교회와 가정에 머물며 한국 가톨릭을 체험했다. 한국 가톨릭에 온 선교사의 대부분이 프랑스에서 왔고, 그들이 미친 영향이 매우 컸기에 한국 가톨릭은 프랑스 가톨릭을 ‘어머니 교회’라고 부를 정도였다. 초기엔 한국 가톨릭 대부분의 교구장과 주교가 프랑스였던 한국 가톨릭은 이제 신자수 500여만명에 추기경을 두 명이나 배출했을 뿐 아니라 세계 가톨릭에서도 가장 신앙적 에너지가 충만해 세계 가톨릭계의 주목을 받을 정도가 됐다. ‘쪽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오히려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실감케 하고 있는 셈이다.
방문단 260명 가운데 노르망디에서 온 106명이 머문 서울 송파구 문정1동 문정천주교회를 찾았다. 지난 26일 오후 마당에 들어서자 프랑스 남녀 대여섯명이 둘러서서 잡담을 나누며, 그 가운데 두 명은 담배를 피고 있었다. 가톨릭에선 담배를 금지하지는 않지만, 교회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교회에서도 자유분방한 듯한 그들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주임 김홍진 신부의 안내를 받아 교회 지하에 내려가보니, 여러개 작은방에선 10여명씩 모여 각기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있었다. 한 방에선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 <친구>가 상영되고, 불어 자막이 떴다. 프랑스 청년들이 장동건이 등장한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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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온 가톨릭 주교와 청년들이 티셔츠 위에 한국과 프랑스 국기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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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신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한국 신자들도 느끼는 게 적지 않았다. 특히 성직자들과 신자들간의 벽이 거의 느껴지지 않은 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어울리는 모습에 한국 신자들은 몹시 놀라워했다. 특히 멀게만 느껴 온 주교들이 거리낌 없이 신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노는 점을 부러워했다. 신앙으로 연결된 한국과 프랑스 신자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서로에게 기쁨과 자극이 된 10일이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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