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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0 19:15 수정 : 2008.06.24 15:14

용타 스님(오른쪽)과 대화 스님(왼쪽)

‘동사섭’ 수행법 안내서 낸 용타·대화 스님

비구·비구니 사제, 30년간 300여회 수련회 안내
“너나 경계 넘어 마음이 통하면 180도 달라지죠”

“행복하시오?”

처음 만나자마자 불쑥 이렇게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던지는 그들만의 인사법이다. 마음 수련 프로그램인 동사섭(同事攝)을 창안해 보급하고 있는 용타(오른쪽) 스님과 대화(왼쪽) 스님이 수행자들에게 주는 ‘화두’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동사섭 문화센터를 짓고 정착한 경남 함양군 함양읍 죽곡리 천령산 자락의 이름도 행복마을이다.

이들 비구-비구니 사제가 1980년 겨울부터 30년 가까이 함께 이끌어온 동사섭 수행법에 대한 안내서를 최근 나란히 냈다. <10분 해탈>(불광출판사)과 <내 안으로 떠나는 행복 여행>(장승), 우연히 비슷한 때에 출간됐다지만 두 책은, 교과서와 참고서처럼 조화롭게 각각 동사섭의 원리와 생활 실천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동사섭은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의 의미이자 궁극적 가치인 ‘행복하게 사는 법’을 스스로 깨닫는 수련법입니다.”

행복설계사, 행복디자이너, 행복바이러스, 행복전도사, 행복 연습, 행복 습관 …출판가를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이른바 ‘행복 신드롬’의 원조인 셈이다. 하지만 ‘나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원초적이고 이기적인 행복론이 아니라 ‘나만의 행복은 없다’는 화합과 공생론을 강조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모두 다 함께 행복해지기, 활기 넘치는 세상 만들기라 할 수 있지요. 광우병을 피하려 나만 안전하고 비싼 쇠고기를 찾아 먹는 게 아니라, 채식으로 바꾸고 나아가 인류 공동체의 과제인 지구온난화 문제까지 고민하는 ‘나’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97년 펴낸 첫 번째 명상록의 제목인 ‘마음 알기 다루기 나누기’는 나를 넘어 너와 우리로 마음을 넓혀가는 동사섭 수련의 과정이자 ‘실천’을 강조하는 특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용타 스님은 전남대 철학과 3학년 때인 64년, 청화 스님의 우연한 방문에 “용수철처럼” 도를 깨닫고 그의 맏상좌로 출가한 뒤 70년대 고교 교사 시절 체험한 ‘티그룹 워크숍’(Training Group Work shop)과 선불교의 수행원리를 결합시켜 동사섭 집단 수련 프로그램을 계발했다. ‘동사섭’이란 명칭은 불교의 사섭법 가운데 한 개념에서 따왔다. 사섭법이란 보살이 중생을 향하여 ‘때로는 베풀고(보시섭), 때로는 자애 어린 말로 더불고(애어섭), 이로운 일로 도와주고(이행섭). 나아가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동사섭)’ 네 가지 삶의 태도를 말한다. 용타 스님의 도반이었던 정조 화상이 워크숍을 체험한 뒤 찾아준 이름이다.

고교 시절 용타 스님의 제자로 인연을 맺어 79년 출가한 대화 스님은 지금까지 모두 300여회 동사섭 수련회를 안내해왔다. 그동안 거쳐간 2만 여명의 수련생들은 나이나 직업은 물론 계층과 종파를 벗어나 있다. 스님, 개신교 목사, 원불교 교무, 대기업 중역들, 대학 교수, 초·중·고교 교사, 회사원, 의사, 한의사, 연구원, 고교생, 대학생, 주부, 화가, 시인, 퇴직자 등등 다양하다. 2001년에 수련생이었던 에스케이(SK)케미칼 최창원 부회장과 맺은 인연은 해마다 그룹 임직원 연수로 확대됐고 30여억원에 이르는 ‘동사섭 문화센터’ 건립기금을 출연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처음엔 서먹해하지만 5박6일 동안 대화를 나누고 눈을 맞추며 차츰차츰 경계를 풀어, 마침내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180도 달라지죠. 모두가 인연으로 맺어진 하나의 생명이자 우주란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요.”

동사섭 홈페이지(www.dongsasub.org)에서 연재한 ‘명상 칼럼’을 묶은 대화 스님의 책에는 맨손으로 시작해 컨테이너 카센터를 꾸려가는 부부, 고무신 신고 칡뿌리 캐 먹으며 사는 산골 부부, 교통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주부, 이웃에 홀로 사는 치매 할머니 등 이름 없는 이 시대 중생들이 찾아가는 행복한 삶의 길이 오롯이 담겨 있다. 출가 인연부터 “다음 생에도 스님이 되고픈” 수행자만의 기쁨까지 정직한 자기 고백도 눈길을 끈다.

“동사섭으로 누구보다 내가 제일 혜택을 받았어요.” 비불교적이란 ‘눈총’과 외면 속에 전용 수련공간이 없이 27년간 유랑을 하는 등 남모를 어려움을 겪어왔음에도 두 사제는 약속처럼 같은 소회를 털어놓는다. “늘 행복한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이 아니 행복이겠소!”

함양/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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