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14 21:09
수정 : 2008.04.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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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58)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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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명진스님 “정체성 지키면 저절로 도약”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사찰 강남 봉은사에서 두문불출로 매일 천배를 하며 ‘천일기도’ 중인 명진(58) 스님이 “불교가 기독교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오는 17일로 천일기도 500일째를 맞아 반환점을 도는 그는 “(해방 후) 미국의 도움 등으로 국내에 기독교가 빠른 속도로 확산돼 전부 기독교화하는 것 같으니까 피해의식이 생겨 불교도 조직적으로 교세를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 치우쳐 불교 고유의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도시의 사찰들은 도심 포교당이 아니라 도심의 수행처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교는 고요한 적정처에서 내면을 바라보아 세계를 치우치지 않는 마음으로 바라보아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안목을 갖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도심 사찰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스님들조차 물질의 포로가 돼 분규를 낳았는데 수행자들이 탐진치(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에서 놓여나 진정한 수행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면, 따로 포교하지 않아도 신도들이 감동하게 되고, 불교도 더욱 더 도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명진 스님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운동권 스님으로 살다가 2006년 12월5일부터 바깥 출입을 금한 채 매일 새벽 4시30분, 오전 10시, 오후 6시 등 세 차례 1천배 절 수행과 기도를 해오고 있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힘은 수행에서 온다”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업(業)을 바꾸게 된다”고 말했다.
사찰 재정을 모두 공개하고, 봉은사 미래위원회를 만들어 봉은사를 시민들을 위한 도량으로 회향할 비전을 실천 중인 명진 스님은 “봉은사를 도심 속 공원으로 가꾸어 시민들과 인근 호텔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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