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8 18:26
수정 : 2008.02.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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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 강지키기 시민대행진’ 행사가 끝난 뒤 시민들이 순례단의 꽁무니를 따라나서면서 잠실 한강 둔치엔 1천여미터의 긴 순례 행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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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도보순례’자들 시민들과 집회…조계종 수좌집단 반대성명
강바람 몰아치는 고행 행렬에 가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도 김포 애기봉을 출발해 경부대운하 예정 코스를 따라 한강가를 걷고 있는 ‘생명평화 100일 도보 순례’에 참여한 종교인들은 17일 오후 1시 서울 잠실대교 남단 한강둔치에서 서울시민들과 만났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이 주최한 ‘생명의 근원 강지키기 시민대행진’ 행사에서였다. 이 자리엔 각 종교 성직자들과 엔지오 실무자를 비롯한 시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의 윤준하 공동대표 등의 얘기가 끝나자 순례단원인 박남준 시인은 ‘생명의 강이어야 한다’는 시에서 “재두루미와 큰기러기와 하늘을 비상하는 가창오리 떼, 새들 새들은 어디로 그 어디로 떠나갈 것인가”라고 노래했다. 시민들은 행사가 열리는 동안 강바람에 언 손을 호호 불면서도, 얼굴이 추위에 부르트고 야위어 며칠새 몇년은 더 늙어버린 것 같은 종교인들을 떠나지 못했다. 순례단 가운데 지난 2004년 부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 때 병든 다리를 세 번이나 수술했던 수경 스님과 연관 스님, 이필완 목사 등 연장자들은 추위 말고도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행사가 끝난 뒤 시민들이 순례단의 꽁무니를 따라나서면서 잠실 한강 둔치엔 1천여미터의 긴 순례 행렬이 이어졌다. 순례단들은 첫날 영하 20도의 추위에서 천막을 치고 잠을 잔 이후 한강둔치공원에선 야영을 할 수 없다는 공원 규정에 따르느라 둔치 인근의 교회와 사찰에 머물며 잠을 청했으나 서울을 벗어난 18일부터 다시 강바람을 맞으며 천막 생활로 돌아갔다.
한편 1년내 산문을 폐쇄하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조계종 유일의 특별종립선원인 경북 문경 희양산 봉암사(주지·함현 스님) 대중들은 18일 한반도대운하 건설에 반대하고 종교인생명평화 순례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산천초목이 다 부처의 현현이라 한 것은 이들이 개체로서의 존재 의식조차 없이 이 세상을 장엄하기 때문으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할 바도 바로 이것”이라면서 “그런데 어찌 저마다 궁극적 가치로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의 터전을 허물 것이며, 국토의 건간을 훼손할 것이냐”고 물었다. 사실상 조계종단의 정신을 이끄는 대표적인 수좌집단이 경부대운하를 반대하고 나섬으로써 불교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 조현 기자 · 사진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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