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06 19:50
수정 : 2007.02.0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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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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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행정수반 취임 100일 맞은 이성택 원장
“지금은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어요.”
원불교 행정 수반에 취임한 지 100일을 맞은 이성택(63) 교정원장의 일성이다. 그는 6일 서울 한국언론회관에서 좀체 뭉치지 못하면서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만은 금언으로 되새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식에 메스를 들이댔다. 무슨 뜻일까.
“일본인들의 국민성은 굉장히 규범적입니다. 앞에서 깃발을 들면, 군말 않고 따르지요.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렇게 따라가지 않지요. 규범 속에선 창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이젠 각자가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는 또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21세기형 인간은 각자가 자신만의 장점과 능력대로 살아가는 ‘엑설런스형 인간’ 시대”라며 “그렇게 개성을 살림으로써, ‘일사불란’이 아니라 ‘다사불란’(한 줄로 서지 않아도 어지럽지 않음)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런 세상이 광대 무량한 낙원 사회라는 것이다.
그의 말은 그야말로 ‘상식의 틀’을 혁파해버린다. 그러나 “사람마다 부처님이요, 일마다 불공”이라는 원불교의 진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는 “원불교가 영산성지고, 화랑고, 원경고 등 7개 대안학교에서 청소년들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도 제도와 규범을 틀에 학생들을 가두려 들지 않고, 각자가 가진 개성을 살려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각자 각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사회가 앞서 가게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 민족은 가장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가 (사람들의 활동이 거의 없는) ‘정(定)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활동하는 ‘동(動)의 시대’입니다. 종교 수행도 그에 맞춰야 합니다.” 말만 있는 죽은 종교가 아니라 삶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원불교에서 수행의 정도인 법위를 사제간의 선문답이 아니라 대중들의 공의에 따라 정하는 것도 머리가 아니라 삶에서 보여주는 게 수행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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