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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관매직, 횡령, 금권선거…스님들, 내부정화운동 스스로 발벗고 나서
잇따라 터져나오는 일부 스님들의 비리로 승가 전체에 대한 도덕성이 크게 실추되자 스님들이 내부 정화에 발벗고 나섰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와 불교환경연대,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 등 3개 단체 스님 13명은 24일 서울 조계사 설법전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마곡사 주지스님의 구속 수감과 타종교 기관의 압수 수색이 보여주듯이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지 못한 집단에 대해서는 비록 종교계 내부의 문제라고 해도 ‘성역 없는 사회 일반의 원칙’이 적용되기 시작했다”며 “그런데도 조계종단엔 도덕 불감증이 만연돼 있고, 이를 쇄신할 자정 기능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리 사건들을 철저히 진상조사해 공개하고, 대국민 참회문을 발표하며,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호법·감찰 기능을 강화하며,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전과자를 종무직에 취임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조처를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지금까지 승가사회는 스님들의 비리가 발생해도 ‘제 사람 감싸기’식으로 대처해온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스님들이 동료 스님들의 비리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비리에 대한 종단의 자정능력이 없어 외부 사정이 계속될 경우 불교계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 동인은 최근에 터져나온 비리들이다. 대전지방검찰청 공주지청에 의해 지난 2일 구속된 마곡사 주지 진각 스님은 지난 2002년 ㅇ스님을 공주 ㄷ사 주지로 임명하도록 해주겠다면서 현금 3억원을 받는 등 7차례에 걸쳐 말사 세곳의 스님 3명으로부터 주지 임명 대가 등으로 5억6300만원을 받는 한편 2001년엔 청양 ㅈ사의 토지보상금 2천여만원을 횡령하고, 대전 ㄱ사의 보수공사를 위해 대전시로부터 받은 정부보조금 8천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 돈암동 흥천사에선 ㅈ스님이 사찰 소유 토지 7필지 4600여평을 종단의 승인 없이 매매 계약금 10억원과 중도금 6억5천여만원을 임의로 종회의원 선거 출마 비용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은 “이 지경인데도 종정과 원로회의 등 종단의 어느 한 구석에서도 이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자정하고 승풍을 진작할 움직임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참담한 참회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또 실천불교승가회 수석부의장인 법안 스님은 “거대한 둑도 작은 구멍으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면서 “이제는 성명을 내는데 그치지 않고 자정을 위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어느 한 스님에 대한 질타로만 끝나지 않도록 불교계 단체들이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위해 직접 입법활동 등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는 만초·종호·선호 스님 등을 주축으로 최근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 불교계 단체들은 다음달 1일 모여 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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