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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수행 청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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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수행 청전스님, 한국불교에 쓴소리
“밀교는 으슥한 행위 아니라의식이 끊임없이 깨어있는 것
수행할수록 남에게 봉사해야” “한국불교엔 부처 같은 큰 소리는 많은데, 왜 부처 같은 행동은 없는가.” 인도 히말라야의 산간도시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신 지도자 달라이 라마 곁에 머물며, 20년 동안 수행해온 청전 스님(53)이 지난 8일 서울 장충동 동국대 다향관에서 열린 ‘인도철학과 탄트리즘’ 학술대회의 특별강연에서 한 쓴소리다. 그는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가톨릭 신학대에서 공부하던 중 전남 순천 송광사로 출가해 10년 넘게 선방에서 간화선을 수행하다가 티베트 불교에 귀의했다. 그는 먼저 티베트 불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켰다. “탄트라(밀교)라는 게 으슥한 곳에서 남녀가 할 짓 다하며, 수행도 하는 게 아니다. 의식이 실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깨어있는 것이 바로 탄트라다.” 그는 “탄트라가 티베트의 전유물이 아니라 고려대장경에도 모두 나와 있는 것”이라며 “한국불교에서도 서산·사명·진묵대사 때까지도 이어지다 명맥이 끊겼다”고 밝혔다. 그는 “신라의 이차돈의 순교를 당할 때 왜 목에서 흰 피가 나왔는지, 달라이라마의 목소리는 왜 사자처럼 우렁찬지 밀교를 알면 의문이 풀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경지는 계행에서 출발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흔히 공부가 되면 계행을 놓아버리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공부가 되면 될수록 계행이 더 철저해지고, 자비심이 커지는 것이다.” 그는 “계행과 자비의 실천으로 얻어지는 공덕이 없이는 선정에 들 수 없다”면서 ‘계행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한국을 떠나 히말라야까지 가게 된 경위를 설명했을 때는 스님을 비롯한 200여명의 청중들이 숨을 멈췄다. “한국불교의 선지식들은 법상에서 늘 생사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그토록 믿었던 분들이 열반할 때는 전혀 의식을 챙기지 못했다. 큰스님이라는 분들이 두세 달씩 정신을 못 차리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너무도 허탈해 선지식을 찾아 세계를 떠돌다가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산중 흙방에서 수행하던 티베트 스님을 지켜주던 호랑이의 발자국이 눈밭에 나 있었던 것과 티베트 수행자들이 공개 석상에서 ‘좌탈입망’(앉은 채로 열반에 듦)한 일 등 자신이 직접 본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불교가 스님들이 큰소리를 치는 것처럼 실제 수행력을 갖추지 못한 이유로 “부처의 깨달은 후의 모습만 보고,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까지 전생부터 해온 수많은 고행과 자비 선행 희생을 간과해버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처음 만난 달라이라마가 ‘10년 수행하면 20년을 봉사할 수 있고, 20년 수행하면 40년을 봉사할 수 있다’고 수행을 하면 할수록 ‘군림’하는 게 아니라 남에게 봉사할 수 있게 된다고 했던 말을 잊을 수 없다”면서 “한국에선 큰스님 소리를 들으며 군림하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 아니냐”고 승가의 풍토에 일침을 가했다. 그가 “1700년이나 된 한국불교 역사 속에서 왜 테레사 수녀처럼 자비의 실천자가 나오지 않느냐”며 통탄하자 청중석에서도 긴 한숨이 이어졌다. 청전 스님은 서울 길상사에 머물다 내년 1월2일 인도로 돌아간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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