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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4년 4월 10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모여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종단 개혁의 깃발을 올린 전국승려대회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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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해인사, 현진·종문스님 후보 등록 거부
중앙선관위마저 이의신청 기각해 외압 의혹
실천불교승가회·집행부 반대파 “진상 밝혀亂라”
조계종이 오는 26일 제14대 중앙종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거센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최근 금권 선거 우려가 높아가는 가운데 이번엔 총무원장과 종단 권승들에 의한 선거 관리 개입 시비로 선거 자체가 파국을 맞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선거 파행의 진원지는 해인사와 불국사다.
해인사는 종회의원 출마 후보로 등록하려던 현진 스님의 입후보 등록을 거부하고 지난 18일 도영·대오·혜일 스님 등 3명만을 후보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했다. 불국사도 자체 운영위원회를 열어 종문 스님의 입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종상 스님과 정문 스님만을 후보자로 중앙선관위에 제출했다. 해인사는 지관 총무원장의 본사이며, 불국사는 총무원장에 이어 최고 실세로서 ‘부원장’으로까지 불리는 종상 스님이 집행위원장으로 사실상 실권을 행사하는 곳이다. 특히 종상 스님과 정문 스님은 지난해 불국사 경내지에 골프연습장을 지은 사실이 고발돼 말썽을 빚은 당사자들이다. 중앙종회 의원은 해인사엔 3명이, 불국사엔 2명이 배정돼 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해인사 후보 세 명과 불국사 후보 두 명은 선거를 치를 필요도 없이 무투표 당선된다.
그러나 현진 스님과 종문 스님은 중앙선관위에 이를 고발했고, 중앙선관위는 종헌종법에 따른 판단을 포기하고 지난 21일 위원들의 무기명비밀투표를 통해 현진 스님과 종문 스님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현진·종문 스님과 다름 없이 입후보 등록을 거부당한 제주 관음사의 법정·혜민 두 스님에 대해선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입후보자격을 부여함으로써 같은 사안에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꼴이 됐다.
그러자 종문 스님은 중앙선관위가 지난 20일 자신의 후보자격 인정을 결정해놓고, 종상 스님의 압력에 의해 다음날 이를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해인사 현진 스님의 이의신청이 거부된 것도 지관 총무원장의 압력에 중앙선관위가 굴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화살이 총무원장에게 쏠리고 있다.
선승들의 모임인 선원수좌회는 선거 파행을 비판하고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간선직 종회의원으로 추천했던 영진(선원 대표자회의 의장)·법웅(수좌회 섭외분과위원장)스님의 입후보를 철회하면서 사실상 선거 불참을 결정했다.
현 집행부의 반대파인 금강회와 보림회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부대중을 우롱한 중앙선관위 결정은 원천무효”라며 △총무원장의 공개사과와 △중앙선관위원 전원 사퇴 △중앙선관위원 중징계를 요구하며 종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총무원장 선거에서 현 집행부 옹립에 참여했던 실천불교승가회도 이날 성명을 내 “종문스님의 입후보 자격을 인정했다가 다음날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밀투표로 자격을 박탈한 것은 중앙선관위 전횡의 극단을 보여주는 예로서 중앙선관위 스스로가 최소한의 공정성과 도덕성마저 갖추지 못했음을 자인하고 있다”면서 “중앙선관위 결정에 압력을 행사한 세력이 있다면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징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중앙승가대도 “이번 선거는 무효”라며 총무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한편 조계종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승원 스님은 총무원장의 압력설에 대해 “총무원장이 선관위 고유권한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중앙선관위원장 도공 스님은 “해인사에선 선거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방장(법전 종정) 스님의 유시에 따라 자체적으로 입후보자들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종문 스님의 경우 선관위에서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사실이 없다”며 결정 번복 사실을 부인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의원 81명 종단권력 향배 좌지우지…해인사·불국사는 의원수 더 할당 중앙종회는 종헌종법을 재정 및 개정하고, 집행부인 총무원을 감시감독하며, 예산안을 의결하고, 종단 주요기관 위원들을 선출하는 입법부다. 임기 4년의 종회의원은 모두 81명으로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2명씩 선출하며, 직능직 대표 20명, 비구니 대표 10명, 그리고 교구본사 가운데 규모가 큰 직할교구와 해인사에 각각 2명과 1명씩을 더 배정해 총원 81명으로 구성된다. 중앙종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종회의원들이 교구 본사 대표들과 함께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등 종단 권력의 향배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행부쪽인 여와 종권을 탈환하려는 야의 싸움이 치열하다. 또 이들은 승려들의 징계를 결정지을 뿐 아니라 종회의원의 경우 총무원 호계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아도 중앙종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의 보호까지 받기에 비리 연루자들도 종회 진출에 집착하고 있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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