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31 19:40
수정 : 2018.10.3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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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5일 오후 전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김판태 군산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 추모의 밤’ 행사에서 문규현 신부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평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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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이의 발자취] 김판태 군산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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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5일 오후 전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김판태 군산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 추모의 밤’ 행사에서 문규현 신부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평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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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대 대표님! 당신이
쉰셋 젊은 나이에 홀연히 떠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시대의 막중한 과제 속에서도 빛났던 당신의 그 씩씩한 모습, 환한 미소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당신이 2001년 굴욕적인 한미행정협정(SOFA)의 국회 비준동의를 막기 위해 할복을 결행했을 때, 충격과 함께 당신의 자주를 향한 굳센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2002년 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효순·미선 압사사건’ 바로 이튿날 현장으로 달려가 탄탄한 초동조사를 통해 범국민적 투쟁을 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한미 당국이 연례적인 방어연습이라고 둘러대는 한미연합훈련도 당신의 담대한 기지로 그 위헌적이고 공격적인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작전계획 5027’의 목적이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미 당국의 거짓말은 힘을 잃었습니다. 이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의 바탕이 되었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공안세력이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 등을 이유로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들이댔지만 당신을 포함하여 평통사 관련자 10여명이 모두 무죄 확정을 받아냄으로써 오히려 그 칼날이 무력화됐습니다. 이는 우리 활동이 탄탄한 사실적 근거와 논리적 설득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당신은 백해무익한 사드를 막아내기 위해 자비로 영상차량을 구입하여 전국을 돌면서 홍보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사드 반입을 저지하기 위해 대지에 뿌리내린 나무처럼 장장 13시간을 인간사슬이 되어 버티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김판태’ 이름 석자를 빼고 우리 사회의 민족자주투쟁을 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삶을 ‘자주평화의 한 길’로 집약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강북에서 강남으로 몰려갈 때, 당신은 시류를 거슬러 서울에서 전북지역으로 온가족과 함께 내려와 미군기지 싸움 등 동지들과 함께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이것이 언제나 ‘사보다 공’을 앞세웠던 당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지역의 많은 동지들이 당신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느니 당신의 삶과 투쟁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당신처럼 당당하고 굳세게 싸우겠습니다. 살아있다면 당연히 당신이 앞장설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매진하겠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실현하고 불평등한 한미동맹의 족쇄를 끊는 투쟁을 더욱 가열차게 벌이겠습니다. 당신이 다 치우지 못한 분단과 전쟁의 철조망을 이제는 남은 우리가 마저 걷어내겠습니다. 그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짐일랑 내려놓고 이제 편히 쉬소서.
문규현/신부·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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