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06 12:49
수정 : 2018.10.0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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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김서령 작가가 서울 효자동 ‘갤러리 우물’ 앞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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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김서령 작가가 서울 효자동 ‘갤러리 우물’ 앞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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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전-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를 쓴 작가 김서령씨가 6일 새벽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2.
고인은 수년째 암과 투병하면서도 맑은 눈과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응시하고 글로 기록해왔다. 지난해 3월 개정판을 낸 <여자전>(푸른역사)에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맨몸으로 헤쳐 온 보통사람 여자들 7명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라는 부제를 붙인 데서도, 사람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오롯하고 웅숭깊은 세계를 감각해내는 작가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김 작가는 지난 9월 중순까지도 서울 종로구 효자동 갤러리 우물에서 ‘김서령의 다정하고 고요한 물건들의 목록 물목지전(物目誌展)’이란 전시회를 열었으나, 최근 갑자기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위 전시회에서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해온 토기와 자기, 가구, 소품 180여 점을 선뵈면서 <한겨레 21>과 한 인터뷰에서 “아끼고 매만져 살짝 피가 돌기도 했던 어여쁜 생명들”이 새 인연을 만났으면 한다는 듯을 밝혔었다. “애착을 버린다는 것은 추상적인데, 물건을 버리는 게 가장 구체적인 연습”이라고도 했다. 작가는 이미 이 즈음 남몰래 세상과의 이별 연습을 하고 있었던 걸까.
▶관련기사= <한겨레21> ‘버리니 보이는 것들 그 인연 그 눈빛 그 순간’
김서령 작가는 경북 안동 김씨 3대 종가 중 하나인 의성 김씨 집성촌에서 나고 자랐다. 경북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80년대 중반부터 <샘이 깊은 물> 기자로 일하면서 인물 인터뷰의 매력에 눈이 띄여 여러 매체에 인터뷰 칼럼을 썼다. “300명인지 500명인지” 헷갈릴 정도(한겨레 21 인터뷰)라고 했다. 천생 글쟁이였고 이야기꾼이었다. <김서령의 家> <김서령의 이야기가 있는 집> 등 여러 권의 책도 펴냈다. 특히 <여자전>은 2007년 초판이 나온 지 십년만인 2017년 개정판을 내면서 독자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지난 9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오늘 열흘간의 전시를 마친다. 두어번 외엔 그 공간에 가지 않았다. 대신 누가 어느 물건을 가져갔다는 기록만은 빼놓지 않고 미소띠며 들여다보았다. 나는 이제 물건들을 떠나보내고 이름과 인연을 지우고 자유와 질병을 함께 누리며 원하는 대로 행주좌와할 수 있을 것인가. 한마리 늙은 자칼처럼? ㅋㅋ”
버림 혹은 떠나보냄의 의미를 사유하며, 자유와 질병을 함께 누리는 행주좌와(行住坐臥)를 소망한 이 글이 결국 작가가 세상에 남긴 많지 않은 마지막 육성 중 하나가 됐다.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몸을 떠나보내고 영원한 자유를 얻었다.
서울 연세대세브란스 병원. 장후영(EBS 피디), 이영(서초구청 근무)씨 모친. 이미솔(EBS 피디)씨 시모, 이관용(엘지화학 근무 )씨 장모, 김기현(빙그레 상무)씨 누나. 발인 8일 오전 7시. (02)2227-7590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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