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28 00:02
수정 : 2016.12.28 11:06
|
1970년대 미국 워싱턴 디시의 카네기연구소에서 관측기구를 조작하고 있는 베라 루빈.
|
여성차별 맞선 ‘천문학계 대모’
|
1970년대 미국 워싱턴 디시의 카네기연구소에서 관측기구를 조작하고 있는 베라 루빈.
|
현대 우주론의 한 부분인 ‘암흑물질’ 이론의 발전에 기여한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이 노환으로 25일 별세했다. 향년 88.
루빈은 1960~70년대 왕성하게 은하 관측 연구를 하며 암흑물질 이론의 근거가 될 만한 관측 증거를 여럿 발견했다. 당시에 그는 은하의 회전운동을 계산하고 관측하면서 그 회전속도가 눈에 보이는 물질의 중력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은하 중심에서 먼 곳일수록 느리게 회전해야 하는데도 실제 관측된 회전속도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업적은 30년대 이후 주목받지 못하던 암흑물질 가설을 되살려 이론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의 중력이 눈에 보이는 보통 물질의 중력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은하의 회전속도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암흑물질 이론은 이후에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의 이론과 관측에서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는 5%의 보통 물질, 68%의 암흑에너지, 그리고 27%의 암흑물질로 이루어진다고 받아들여진다.
루빈은 과학계에서도 남녀차별이 두드러지던 시대를 개척해온 여성 관측 천문학자였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도움으로 천문학의 매력에 빠진 루빈은 48년 배서대학을 졸업하고서 프린스턴대학원에서 천문학을 공부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 이 대학원은 천문학 과정의 여성 입학을 허용하지 않아 그는 다른 대학원들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60년대 이후 200개 넘는 은하를 대상으로 개척적인 관측 연구를 했으며, 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국가과학메달’을 받았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