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9 18:50
수정 : 2005.10.19 18:50
지난 17일 타계한 이귀윤 전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촌지 없는 학교’와 ‘자율적인 교육 현장’을 만드는 데 평생을 헌신하는 등 교육 개혁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고인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교사생활을 시작해 9년 동안 교육일선에 몸담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오와대학에서 석·박사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12년 동안 이화여대 사범대 초등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는 등 평생을 교육자로 일했다.
고인은 특히 1988년 이대부속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뒤 10년 동안 ‘촌지 없는 학교’를 만드는데 힘썼다. 학교에서 오가던 촌지 관행을 없애기 위해 교사가 받을 수 있는 선물은 학생이 직접 만든 편지나 꽃으로만 제한하고, 본인이 실천에 앞장섰다. 또 95년에는 처음으로 교육현장에 ‘주5일 수업’을 도입했으며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위한 주말 ‘특별교육’을 하는 등 교육에서 소외될 수 있는 학생들을 배려했다.
고인은 또한 교육현장에서 느낀 교훈들을 글로 담아 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94년에는 <거꾸로 타고 싶은 지하철>, 98년에는 <열린 아이들 닫힌 학교>라는 수필집을 펴내 글로써 학부모와 학생, 교사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고인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체벌, 촌지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적하고, 아이들이 학교로부터 탈선한 것이 아니라 학교가 아이로부터 탈선해 있다고 주장하면서 참 학교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고인과 함께 일했던 후배 교사는 “이 선생님은 전교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소탈하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를 즐기던 소박하고 따뜻한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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