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보조금 관련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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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시 따라” 지자체들 추진 잇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시민·사회단체가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1월 각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에는 보조금 지원을 금지하도록 한 지침에 따른 것이다. 또 행자부와 지자체들은 불법·폭력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들을 올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해, 시민단체들이 “반대 목소리 잠재우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집회·시위가 불법·폭력으로 번지는 경우는 대부분 정부와 의견을 달리하는 쟁점을 둘러싸고 벌어지기 때문이다. 인천 연수구는 10일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측준비위원회 연수본부’가 구 보조금을 받아 지난해 8월 연 통일한마당 행사장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홍보물을 전시하는 등 국가 정책인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활동을 해, 2002년부터 지급해 오던 통일행사 보조금을 올해는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우승 연수구 총무과장은 “지난해 11월 행정자치부 장관 주재로 시·도 행정부지사·부시장 회의가 열린 뒤 내려온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회의자료에는 협조사항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 금지’란 문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을 위해 예산 100억원(행자부 50억원, 시·도 50억원)을 확보한 행정자치부도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지원대상 단체 선정 작업에서 불법 폭력 집회·시위 전력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행자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초 경찰청 경비국으로부터 지난해 일어난 불법 폭력시위 62건에 대한 자료를 전달받았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회가 보조금 예산을 통과시키며 ‘불법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에 지원을 제한하도록 부대의견을 단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최근 단체 153곳을 선정해 18억3800만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불법 폭력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를 제외하기로 해 일부 시민단체들이 아예 지원을 거부하는 일도 빚어졌다. 언론개혁 시민연대의 임연미 사무차장은 “공동체 라디오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이 필요한데, 서울시의 방침 설명을 듣고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 창원시의회가 지난 2월9일 불법시위를 벌인 적이 있는 시민·사회단체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는 조례안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통과시킨 데 이어 광주시와 경북도도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한국농업경영인 경북도연합회는 최근 “지원금을 이용해 시민사회단체들을 관변 단체화하려는 치졸한 행위이자 유신체제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성명을 내고 경북도의회를 항의차 방문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불법시위에 대한 법적 책임은 각 단체가 별도로 지는 것”이라며 “정부 보조금의 절반 이상이 관변단체에 지원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돈을 가지고 정부 반대 목소리 잠재우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인천/김영환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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