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1 11:11
수정 : 2006.02.01 11:11
돌연 사의로 시선집중 ‘문화방송’ 손석희 아나운서 국장
손석희(50) <문화방송> 아나운서 국장이 회사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문화방송을 떠날 경우, 손 국장은 성신여대에서 신설되는 인문과학대 문화정보학부에서 방송 화법 전공 정교수 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손 국장은 지난해 학계로 떠날 결심을 하고 최문순 문화방송 사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당시 문화방송이 각종 사건사고로 힘들 때여서 계획을 미뤄왔다. 손 국장은 지난해 하반기 제안 받은 성신여대의 문화정보학부 전임교수 자리가 신설학부로 처음부터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할 수 있어 매력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손 국장은 “만약 문화방송을 떠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 진행은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사장이 직접 나서 사의를 철회하도록 손 국장을 설득하고 있어 31일 현재 사의를 받아들이지는 않은 상태다. 문화방송의 한 간부는 “경영진 쪽에서 ‘문화방송이라는 터에서 손석희의 저널리즘이 빛났는데 다른 조직으로 옮기게 되면 손석희다운 방송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전달하며 손 국장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종인 문화방송 부사장은 “손 국장은 문화방송의 대표적인 간판 아나운서로 절대로 사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손 국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과 필드(현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생각을 절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손 국장은 지난 1997년부터 1999년 동안 2년간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대학원 저널리즘 석사를 마쳤고 연세대와 중앙대에서 겸임교수 등 활발한 강의활동을 해왔다. 그는 대학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방송에 대한 그의 철학을 후배들에게 심어주는 일에 대단히 만족했다고 알려졌다. 신생 학과여서 기존 교수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가 생각하는 방송 교육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문화방송에서 정년을 채우고 학계로 갈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나이도 나이려니와 퇴직 뒤 자리 챙기기라는 부담도 느꼈을 것이라고 문화방송 관계자는 말했다. 때문에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두 가지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 학계로 갈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김상훈 문화방송 노조 위원장은 31일 “손 국장은 다른 언론인들처럼 자신의 언론경험을 발판 삼아 정치권 또는 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아니고 후학양성을 위해 학계로 가는 것이어서 잡아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의 대표적 스타 아나운서인 손 국장은 지난해 시사저널이 전문가 집단 1000명을 상대로 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12.5%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985년 문화방송에 입사해 <뉴스와이드> <뉴스데스크> 등을 진행했다. 현재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 진행을 맡으며 정곡을 찌르는 질문과 명쾌한 분석으로 시청자와 청취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2년 문화방송 노조 간부였던 그는 파업을 이끌다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17대 총선을 비롯해 정치권으로부터 끊임없는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이를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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