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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31 18:09 수정 : 2006.01.31 18:09

손석희 아나운서.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손석희(50) <문화방송> 아나운서 국장이 문화방송을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손 국장이 회사에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사퇴를 고민하고 있는 사이 일부 언론에서 성급하게 회사를 떠난다고 보도해 논란을 빚고 있다.

손 국장은 지난해 학계로 떠날 결심을 하고 최문순 문화방송 사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당시 문화방송이 각종 사건사고로 힘들 때여서 계획을 미뤄왔다.

지난해 하반기 손 국장은 성신여대에서 신설되는 인문과학대 문화정보학부에서 방송 화법 전공 정교수 직을 제안 받았다. 손 국장은 성신여대의 문화정보학부 전임교수 자리가 신설학부로, 그가 생각하는 방송교육의 밑그림을 처음부터 그려갈 수 있다는데 매력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 사장이 직접 나서 사의를 철회하도록 손 국장을 설득하고 있어 31일 현재 사의를 받아들이지는 않은 상태다. 문화방송의 한 간부는 “경영진 쪽에서 ‘문화방송이라는 터에서 손석희의 저널리즘이 빛났는데 다른 조직으로 옮기게 되면 손석희다운 방송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전달하며 손 국장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종인 문화방송 부사장은 “손 국장은 문화방송의 대표적인 간판 아나운서로 절대로 사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손 국장은 간판 아나운서 사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
노조도 “마음을 비우는 손석희 스타일, 가벼운 처신 아닐 것”

손 아나운서가 사의를 표명한 것은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과 필드(현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생각을 절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손 국장은 지난 1997년부터 1999년 동안 2년간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대학원 저널리즘 석사를 마쳤고 연세대와 중앙대에서 겸임교수 등 활발한 강의활동을 해왔다. 그는 대학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방송에 대한 그의 철학을 후배들에게 심어주는 일에 대단히 만족했다고 알려졌다.

물론 문화방송에서 정년을 채우고 학계로 갈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나이도 나이려니와 퇴직 뒤 자리 챙기기라는 부담도 느꼈을 것이라고 문화방송 관계자는 말했다. 때문에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두 가지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 학계로 갈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김상훈 문화방송 노조 위원장은 “손 선배는 다른 언론인들처럼 자신의 언론경험을 발판삼아 정치권 또는 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아니고 후학양성을 위해 학계로 가는 것이어서 잡아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스럽다”며 “마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는 손석희 스타일로 봐서 몸값 올리기를 위한 가벼운 처신은 아닐 것”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일부 언론 ‘퇴사 기정 사실’ 보도에 불만
정치권 이적설에 대해선 한결같이 “노”

손 국장이 고민하는 사이 일부 언론에서 그만둘 것 같은 보도를 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문화방송 간부는 “현재 손 국장은 문화방송에 남아야 할지 떠나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일부 언론이 퇴사를 기정사실로 보도하고 있다”며 “이런 식의 보도 때문에 손 국장의 선택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고 마무리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정치권 이적설에 대해서는 손 국장을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한결같이 “노”라고 말한다. 정치권에 갈 것 같다는 보도는 한마디로 소설을 쓴 것이라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정치권의 유혹에 대해 손 국장은 단호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가야 업그레이드된다고 생각하는데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직업을 통해 사회에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 체질은 바로 방송이에요.”

문화방송의 대표적 스타 아나운서인 손 국장은 지난해 시사저널이 전문가 집단 1000명을 상대로 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12.5%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985년 문화방송에 입사해 <뉴스와이드> <뉴스데스크> 등을 진행했다. 현재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 진행을 맡으며 정곡을 찌르는 질문과 명쾌한 분석으로 시청자와 청취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

1992년 문화방송 노조 간부였던 그는 파업을 이끌다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17대 총선을 비롯해 정치권으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지만 이를 고사해 왔다. <한겨레> 여론매체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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