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4 19:27
수정 : 2006.06.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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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대 시민편집인 홍세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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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대 시민편집인 홍세화씨
‘소통과 긴장’. 홍세화 <한겨레> 초대 시민편집인은 앞으로 활동 방향을 이렇게 간명하면서도 함축적으로 정리했다. “한겨레와 독자의 중간자로서,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시민편집인은 언론중재법 등 관련 법률에 나와 있는 ‘고충처리인’의 한겨레식 이름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 시민사회의 의견을 지면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홍 시민편집인은 늘 우리 사회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또 활발한 강연과 글쓰기를 통해 시민사회와 폭넓게 교류해왔고, 특히 2002년부터 한겨레 지면에 ‘왜냐면’을 만들어 시민사회에 담론의 장을 제공했다. 국내 신문 가운데 처음이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한겨레 제2 창간운동본부 독자 배가 추진단장으로 전국을 뛰어다니며 수많은 독자를 만난 것도 그가 시민편집인으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편집인과 독자권익위원회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됩니까?
=시민사회를 대표해 한겨레의 논조와 의제 설정 등 지면제작에 관한 의견을 편집인이나 편집국장 같은 편집 책임자에게 전달합니다. 또 한겨레의 기사 때문에 초상권과 재산권 등 권리를 침해당했거나 명예를 훼손당한 분들을 위해서도 일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시민편집인은 독자 권익 침해 보도 사안에 대해 조사하고, 독자권익위원회와 상의한 뒤 반론보도와 정정보도, 손해배상 등을 신문사에 권고하게 됩니다. 시민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길 수 있도록 격주로 독립적인 칼럼도 쓰고, 권리 침해 등의 구체적 사례도 밝힐 계획입니다. 또 지금은 독자가 아니지만, 독자가 될 사람들의 불만과 의견까지도 수용할 생각입니다.
-지금도 독자의 불만이나 의견을 수용하는 장치가 있는데, 다시 별도로 시민편집인과 독자권익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맞습니다. 지금도 콜센터나 편집기획부 등 독자의 불만과 의견을 듣고 이를 처리하는 장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독자들이 불만이나 의견을 토로할 소통의 통로가 통일돼 있지 않은 탓에, 혼란스럽고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를 제도화한 것이죠. 독자와 한겨레, 그동안 소원했던 양쪽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소통의 통로가 마련된 셈입니다. 기자들도 기사로 말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독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은 어떻게 구성됐습니까?
=사외위원의 경우, 기본적으로 한겨레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 분들을 모셨습니다. 이른바 ‘비판적 지지자’라고 할 수 있죠. 사내위원으로는 판매국과 광고국 책임자를 참여시켰습니다. 판매국장은 사내에서 독자들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자리입니다. 광고국장이 포함된 것은 독자 뿐 아니라 광고주들의 불만과 의견도 수용하겠다는 뜻입니다. 또 이런 불만이나 의견이 지면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편집국 부국장과 편집기획부장을 참여시켰습니다.
-기사에 불만이 있거나 또는 시민들이 지면 제작에 의견을 표명하고 싶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지금까지는 개별 기자의 이메일 주소나 편집국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도 연결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문제가 있으면 일단 시민편집인실로 전자우편(
publiceditor@hani.co.kr)이나 전화(02-710-0698)를 통해 불만이나 의견을 접수하십시오. 시민편집인이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지체없이 처리하고, 면밀한 조사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독자권익위원회 위원들과 상의해서 조처할 것입니다.
-한겨레와 독자의 중간자로 활동하겠다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겨레 출신이어서 한겨레를 두둔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텐데요?
=나 스스로 한겨레에 있으면서도 한겨레에 대해서 비판적 지지라는 뜻을 항상 갖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다만, 한국 언론 여건상 한겨레에 비판보다는 지지가 더 필요한 때라는 소신은 변함이 없습니다.
-독자들이 무리를 요구를 하거나, 또는 한겨레 쪽에서 시민편집인과 독자권익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거부하는 등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을 텐데요?
=시민편집인이 매우 어려운 직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또 각오도 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사규에는 신문사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시민편집인의 권고를 수용하도록 활동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독자로부터 불충분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도 기자들로부터는 ‘지나치다’, ‘현실을 이해하지 못 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 조정이 잘 되지 않는 사안은 ‘시민편집인 칼럼’을 통해 중간자로서의 의견을 밝힐 생각입니다.
-편집국과 상당한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민편집인과 독자권익위원회가 활동하면 기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신경쓸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가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기사가 누군가의 인권 등에 어떤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인가’까지 긴장을 놓으면 안될 것입니다. 오랜 연구와 발로 뛰는 취재의 노력으로 얻은 기사들이 나오도록 기자들의 긴장을 유지하게 하겠습니다. 소통과 함께 이런 긴장이 유지된다면 한겨레의 수준을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엄격한 비판과 함께, 잘 하는 것은 잘한다고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불만 등 부정적인 지적뿐 아니라, 긍정적인 부분도 꼭 반응을 해주는 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불만이 있을 때는 꼭 한 호흡 가다듬고 해주기를 바랍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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