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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0 17:45 수정 : 2006.01.20 17:45

[제2창간] 우리가 꿈꿨던 것들…그 중에 언론의 자유도 있었죠

지난해 6월 세 번째 앨범 <촛불의 바다>를 낸 민중가수 손병휘(39)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이화동에 있는 소극장에서 사흘 동안 콘서트를 벌였습니다. 이 ‘돈 안 되는’ 콘서트는 의외로 흑자를 남겼습니다. 성공의 8할은 손병휘씨의 친구들이자 왕년의 이른바 ‘운동권’이던 고려대 86학번 모임 ‘만세회’ 덕이었죠. 회원들이 명분과 의리를 내세워 표를 거의 ‘강매’하고, 기금을 끌어모으지 않았다면 3일 연속 콘서트는 애초에 물건너갔을 겁니다. ‘조직적 동원력’은 이문으로 따지자면 유명 가수의 대형 콘서트에서 비해 ‘벼룩의 간’만하지만 뜻 깊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손병휘씨 등은 이를 삼등분해 평화박물관 건립, 고구려사 연구, 그리고 한겨레 제2창간 운동에 보태기로 했습니다.

“<한겨레>는 우리 젊은 시절의 기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신문이죠. 학생회관에서 술 먹고 자던 친구들이 새벽에 배달하러 가야 한다며 부스스 일어났던 게 아직도 생생해요. 남은 돈을 다음 콘서트에 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단 그러기엔 너무 적었어요.(웃음) 모두 바쁘지만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잖아요. 우리가 꿈꿨던 것들 가운데 언론의 자유도 있었고요. 그래서 한겨레 발전기금으로 내자고 제안했어요.”(손병휘) ‘만세회’ 회원이자 콘서트 기획위원이던 김혁준(38·녹색병원 신경외과 의사)씨는 “병휘의 노래나 콘서트 주제가 전쟁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평화를 기원하는 것이었으니 이런 취지에도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만세회’는 1990년쯤 계모임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쌈짓돈 모아 감옥 간 친구들 돕자는 취지가 앞섰고 세월 따라 퇴색해갈 젊은 날의 꿈을 조금이나마 잊지 말자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보면 결연하게 독립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듯하지만 그렇게 거창한 활동을 한 건 아니라고 하네요. 옥고를 치르는 친구들이 더는 나오지 않을 즈음부터 속상하거나 기쁠 때 뭉쳐 함께 술 마시며 다독여주거나 웃어주는 게 ‘조직’의 주요 활동이 됐고, 이라크 파병 반대 등을 내건 촛불집회에도 같이 나가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답니다.

“예전보다 더 살쪘다는 것 빼고는 이 친구들의 달라진 점을 잘 모르겠어요. 사실 우리 또래한테는 직장, 주식 등 재테크가 주요 관심사고 그런 이야기만 하게 되잖아요. ‘만세회’는 달라요. 먹고사는 것 이상의 고민도 나누죠. 마음의 위안이 돼요.”(손병휘)

시민단체 활동가, 변호사, 회사원 등 직업은 갖가지고, 몇몇 사람은 모임에서 얼굴 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래도 모이게 되는 데에는 함께 나눈 기억도 한몫한다고 합니다. 손씨는 김씨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난 너 의사 못 될 줄 알았잖아. 아직도 이상해. 수배당하고 그러다가 11년 만인가 졸업했지?” 김씨가 되받아칩니다. “왜 이래. 인턴까지 합치면 나도 이제 9년차야.(웃음)” 녹색병원에서 일하는 김씨는 ‘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 살해규탄 범국민대책위’(범대위)가 벌인 기자회견에서 경찰 쪽 논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저야 뭐….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사는 병휘를 보면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돼요.”(김혁준) “일상에서 실천하는 게 더 힘든데 친구들이 대단하죠.”(손병휘)

이들에게 <한겨레>는 뭉클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입니다. 그래도 마음에 쏙 들기만 한 건 아니겠지요. “황우석 보도는 좀 흔들렸던 것 같아요. 이 사태가 나기 전부터 황우석 박사의 연구 발표나 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있었는데 먼저 취재해 알리지 못한 게 아쉽죠.”(김혁준) “36.5도, 100도, 18도 섹션은 좋아요. <한겨레>가 대중문화 영역에서 자기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7080 민중가요가 자칫하면 박제화될 지경인데 이런 기획 기사를 보고 싶어요.”(손병휘)

김소민/편집국 문화생활부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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