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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1 20:14 수정 : 2006.01.11 20:14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미디어전망대

국회는 입법권과 예산의정권이란 양축에 존립근거를 둔다. 다시 말해 법을 만들거나 고치고 나라살림을 챙기는 국민대표기관이다. 그런데 법을 제·개정한다며 싸움질만 일삼는다. 그나마 예산심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능력도 자질도 모자라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보니 있음직한 일이다. 하지만 권력을 감시·견제해야 하는 언론의 탓 또한 크다. 정치인은 인기를 먹고 산다. 그런데 언론이 그들의 허튼소리나 담아내니 본연의 임무를 뒷전에 둘 수밖에….

국회는 세입의 범위와 세출의 용도를 심의하여 확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이 권한은 예산심의를 통해 정부의 경제·사회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헌법 54조2항에 따라 정부는 국회에 새해 예산안을 10월 2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국회는 60일간의 심의를 거쳐 12월2일까지 의결해야 한다. 그 까닭에 1년에 한번 열리는 정기국회를 흔히 예산국회라고 부른다.

그런데 국회가 예산을 제대로 심의한 적이 없다. 정기국회가 열리면 상습적으로 정형화된 모습을 연출한다. 여야는 예산안을 볼모로 욕설과 고함의 경연장을 벌인다. 그러다 법정시한을 훨씬 넘기고 섣달 그믐에 가서야 적당히 타협하거나 날치기로 통과시킨다. 그래도 언론은 그 쌈판만 열심히 중계하지 예산심의를 포기한 의미의 중대성을 말하지 않는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헌법위반을 예사로 아는데도 말이다.

예산심의가 공전을 거듭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예산흥정은 활발하다. 상임위별로 예비심사에 들어가면 예외 없이 증액되어 나온다. 저마다 지역구의 선심성 사업을 끼워 넣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 헌법 57조는 증액수정과 새 비목설치를 금지하는데도 말이다. 그 취지를 안다면 이런 탈법적 파행이 일어날 수 없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아무리 잇속 챙기기 거래가 이뤄져도 알 길이 없다. 언론이 추적하지 않으니 말이다.

지난 10년간 국회가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단 두 차례뿐이다. 대선이 치러지던 1997년과 2002년이다. 여야가 일찌감치 국회를 텅 비우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 예산심의고 나라살림이고 팽개치고 모두 표밭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이것은 집단적 직무유기다. 또 국회가 스스로 헌법의 권위를 무시하고 국회의 권능을 포기한 행위다. 그래도 언론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그리곤 대선후보들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시장바닥이나 누볐다.

정기국회마다 여야가 격돌했지만 1988년까지는 예산심의가 법정시한을 넘기지 않았다. 그 뒤부터는 법정시한을 예사로 어긴다. 12월2일을 넘기고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9일까지 입씨름, 몸싸움을 벌인다. 그것도 모자라 임기국회를 열어 신년 전야에야 예산을 처리한다. 지난 3년간만 보더라도 2003년 12월30일, 2004년 12월31일, 2005년 12월30일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언론은 그냥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한다.

지난해는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을 핑계로 등원을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가 다시 그 꼴을 재연했다. 한나라당 처지에서 사학법이 중요하다고 치자. 그럼 나라살림은 하찮은지 언론은 물었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8조9000억원을 삭감해서 국민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다부지게 공언했다. 그런데 그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했다. 그런데 언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 지도부를 따라 거리를 헤매고 있다.

김영호/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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