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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7 19:25 수정 : 2019.12.19 16:10

방통위, 방송체계 개편안 이달말까지 의견 접수

지상파 위기 속 규제개편 추진
공영·민영 개념 혼재했던 MBC에
방송기금 덜 내고 재정지원 받는
‘PSB’ 선택지로 내밀어 공론화
‘수신료 받는 공영’ 법안엔 난색

“유럽 10여년전 모델 비현실적”
MBC 내부선 냉소적 분위기 우세
학계 “한국 상황 반영 안된 접근”

공영이냐 민영이냐, 툭하면 정체성을 밝히라고 압박받던 <문화방송>(MBC)에 이번엔 중간지대인 ‘공공서비스방송’(퍼블릭서비스브로드캐스팅·PSB)이라는 선택지가 추가되면서 다시 정명 논란이 불거졌다.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내년 2월 임기를 마치는 최승호 사장의 후임 선임 방식 논의와 함께 문화방송의 미래에 관심이 쏠린다.

■ 공영방송-피에스비 분리안 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4월부터 꾸려온 ‘중장기 방송제도개선 추진반’ 연구 결과 초안을 최근 발표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수평규제체계를 목표로 공·민영 방송, 지역방송, 방송광고 등 전반적 문제를 다뤘다. 이 가운데 공·민영 방송체계 개편안에서 공영방송과는 다른 ‘공공서비스방송’ 개념을 꺼내들면서 문화방송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방통위는 현행 방송체계가 방송의 공적 가치 실현과 방송·통신 융합 경쟁을 활성화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한국방송>(KBS)과 <교육방송>(EBS)을 제외한 지상파 방송들에 대해 소유 구조와 재원조달 방식 등을 고려해 공적영역·민간영역으로 분류하고 공영방송에서 피에스비를 분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거처럼 독과점 체제가 아닌 지상파 방송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더 많은 방송발전기금을 내도록 강요할 수 없다”며 “방송사가 피에스비를 신청하면 공적 책무는 부담하되 기금 부담은 줄이고 국가가 재원을 지원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방송발전기금을 가장 많이 내는 지상파 방송은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SBS)다. 피에스비로 분류되면 사후 평가와 재허가에서도 공영방송과 다른 규율이 적용된다.

이달 말까지 공·민영 개편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받는 방통위는 학계·언론단체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법안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당정청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내년 총선 전까지 제도 틀을 갖추는 게 목표다. 피에스비는 영국의 <채널5> 등을 모델로 삼았으나, 아직 명확한 그림이나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 대안 등은 미흡한 상태다. 일부 언론단체에선 공공영역 축소와 민주적 공론장 약화 등 우려를 표명했다.

공영방송으로 알려진 문화방송은 왜 공·민영 선택을 강요받는 것일까. 법정 공공기관인 방문진이 주식의 70%를, 정수장학회가 나머지 30%를 보유한 공영적 소유 구조이면서도 에스비에스처럼 광고를 하는 민영적 재원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 한국방송도 2텔레비전은 광고를 하고 있으며 교육방송도 수신료 외에 학습교재 대금을 받고 있다. 현행 방송법엔 공영방송에 대한 정의 조항이 없지만 정치관계법인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에서 문화방송을 공영방송사로 정의한다. 올해 초에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전부개정안은 한국방송과 교육방송 외에 문화방송을 공영방송사로 넣고 방송의 공적 가치를 선도하는 역할을 부여해 수신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문화방송에 한국방송·교육방송과 똑같은 지위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문화방송은 한국방송과 같다는 주장을 하지만 한국방송은 국가기간방송으로 재난방송 등의 책무를 수행한다”며 “연구반에서 다른 규제 설계를 해보자는 취지로 피에스비 개념을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 피에스비 안에 커지는 비판 목소리 문화방송 내부에선 피에스비 안이 나온 의도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가 우세하다. 한 구성원은 “방송과 디지털 융합 시대에 유럽에서 10여년 전에 휩쓸고 간 피에스비를 들고나온 것은 창의적이지 못한 비현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구성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에 대립각을 세운 문화방송에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이 “공영인지 민영인지 정명을 찾으라”고 발언한 것을 거론하며 “당시 방통위원장은 보수신문에 종편을 무더기로 내주는 데 방송 정책을 이용했다. 정부는 말만 하지 말고 고품질 콘텐츠를 위해 국민과 시청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공박했다.

학계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공영방송과 피에스비를 배타적 관계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공영방송이 소유나 운영의 공공성을 뜻한다면 피에스비는 서비스의 공익성을 뜻한다. 공적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유럽과 공적 소유를 중시하는 우리는 상황이 다른데도 이를 무조건 갖다 붙이는 건 견강부회”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김대중 정부 시절 방송개혁위원회를 꾸려 오랜 기간 논의한 것처럼 방송사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항제 부산대 교수도 “미디어 환경이 달라진 만큼 규제 체계의 교통정리 필요성엔 공감하나 한국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형식논리적 접근엔 문제가 있다”며 “공영방송으로서 자기 정체성이 강한 방송을 왜 민영으로 밀어내려는지 모르겠다. 방송민주화 운동의 유산 등 역사성을 살려 미래를 짜야 한다”고 권고했다.

■ 문화방송 차기 사장 선정 방식은? 방문진은 문화방송 차기 사장 선임 방식을 놓고 워크숍까지 하며 고민 중이다. 이미 최승호 사장을 뽑을 때 후보자 정책 평가에 시민들이 참여한 사례와 한국방송에서 양승동 사장 선임 때 국민참여단 의중을 40% 반영한 사례 등이 있기에 문화방송 안팎에선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더 진전된 안을 기대한다. 방문진이 후보자 4~5명을 선정하면 국민참여단에서 2배수로 압축한 뒤 다시 이사회에 보내는 안 등이 떠오른 가운데, 내년 초에 최종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이사인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 마련을 위해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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