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호 디자인에 담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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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틀 벗고 현대적 조형미 살려 시대변화 발맞춰 진보가치 추구
2006년 새해를 맞아 <한겨레>가 새로운 제호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흔히 신문의 제호 디자인은 그 신문의 얼굴에 비유됩니다. 독자들이 매일 아침 신문을 만나 처음으로 눈길을 던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호 디자인은 이런 단순 구별 기능뿐 아니라 신문이 추구하는 가치를 시각적 형태로 응축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한겨레가 새로운 제호 디자인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5월 “새로운 신문을 선보이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당시 한겨레는 창간 17돌을 맞아 ‘제2 창간’을 선언하며 “신뢰할 수 있는 고급 정론지”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고, 그 하나로 제호 디자인 혁신도 추진해 왔습니다. 이번 제호 디자인은 실로 1년 가까운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지난해 3월부터 디자인 전문가들에게 맡겨보기도 했고, 국민 공모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회사 ‘크리에이티브 잉카’(실장 조영천)가 일을 맡아 지금의 결과물을 내놓게 된 것입니다. 조영천 실장은 “시대가 변하고 독자들이 앞서가는 상황에서 신문도 크게 변해야 한다”며 “새 제호 디자인은 외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과 함께 진보적 가치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한겨레의 다짐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 제호 디자인에 담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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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제호 디자인은 한글의 제자 원리에 따라 한겨레체처럼 탈네모틀 글꼴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한글은 낱 자모를 본디 크기대로 개성을 살려 써야 하는데 한자를 흉내내 가상의 네모틀에 맞춰 억지로 늘이거나 줄여 써 왔습니다. 새 제호 디자인은 또 조형미를 살리고 개성을 담기 위해 글자를 일부 기호화했습니다. 구체적인 글자의 모양 속에도 남다른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먼저 ‘레’자의 홀소리에서 위로 치솟은 ‘ㅣ’는 한겨레의 진취성을 상징합니다. 또 ‘한겨레’라는 세 글자를 강하게 마무리한 것은 진보적 가치를 끝까지 지키는 뒷심을 표현한 것입니다. 부드러움의 정신도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겨’자에서 ‘ㄱ’은 부드럽게 구부렸으며 ‘한’자의 받침 ‘ㄴ’과 ‘레’의 초성 ‘ㄹ’은 아래 획을 둥글게 다듬어 세상을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이번 제호는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라 파란색(시안)을 약간 섞었습니다. 1988년 5월 창간된 한겨레의 첫 제호 디자인은 조선시대 <오륜행실도>에서 집자한 붓글씨체였습니다. 처음에는 백두산 천지를 그린 목판 그림을 배경으로 했으나 1995년 디자인 개선 과정에서 배경 그림이 빠지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뒤 1996년부터 평화와 생명을 상징하는 ‘녹색 띠’ 제호를 9년여 동안 사용해 왔으나, 디자인 응용의 한계 때문에 이번에 세 번째 디자인에 주인공의 자리를 내주게 됐습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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