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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5 05:00 수정 : 2019.11.25 09:43

밀레니얼 세대는 어려서부터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여러 채널과 플랫폼을 넘나들며 정보와 콘텐츠를 소비한다. 사진은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승객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더 나은 사회]
언론, 밀레니얼 세대 독자 확보 숙제
뉴스 안 보는 게 아니고 다르게 볼 뿐
틀에 박히고 맥락 없는 뉴스는 ‘노잼’
2030이 좋아하는 내용을 그들 언어로
젊은 기자에 결정권 주는 ‘혁신’ 필요

밀레니얼 세대는 어려서부터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여러 채널과 플랫폼을 넘나들며 정보와 콘텐츠를 소비한다. 사진은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승객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올 한해 밀레니얼 세대 또는 2030 세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출판계에서도 <90년생이 온다>를 시작으로 여러 서적이 쏟아져 나와, 밀레니얼 세대를 알고자 하는 열기를 보여줬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체로 1980년대 중반에서 2000년께 사이 출생한 20대~30대 중반의 젊은이를 말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욜로’(YOLO: 당신의 인생은 한 번뿐이란 말로 지금의 행복을 즐기라는 의미) 등이 이들의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20년 이상 이들이 여러 조직에서 중추로 성장하고, 정치나 소비의 핵심이 될 거란 점에서 당연하다. 언론사에도 밀레니얼 세대는 중요한 ‘화두’다. 디지털이 몸에 밴 이들은 전통적인 신문, 방송 뉴스의 영역 밖에 머물고 있다. 이들이 어떤 플랫폼에서 무얼 보느냐는 40대 이후 세대에게도 곧 파급된다. 미디어 스타트업 컨설팅을 해온 이성규 전 메디아티 이사는 “밀레니얼 세대를 잡지 못하면 광고도 따라오지 않는 등 언론사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흔히 ‘뉴스 없는 세대’라고 한다. 게임, 영화, 소셜미디어 등 워낙 볼 게 많아 뉴스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공적 사안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성향도 이런 인식을 심화한다. 하지만, 이는 일면만의 진실이라는 게 여러 연구로 확인된다. 이들은 지인과의 연결망 속에서 언론사가 전해주는 뉴스의 범위를 넘어 다양한 뉴스를 접한다. 미국신문협회(API)가 2015년 내놓은 <밀레니얼은 어떻게 뉴스를 읽는가> 보고서의 결론도 이들 세대가 “뉴스를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읽는다”는 것이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국에는 젊은 세대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제공하는 뉴스조직이나 서비스 채널이 풍부하지 않다” 며 “오래된 언론사 일 수록 밀레니얼 세대가 필요로 하는 뉴스에 대한 대비를 치밀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언론사와 미디어 스타트업은 밀레니얼 세대의 시선을 잡는 노력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성공적인 사례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6가지로 정리했다.

① 표적 독자를 명확히 하라

밀레니얼이라 흔히 얘기하지만 이 세대는 단순히 하나로 묶이는 인구그룹이 아니다. 취업을 준비중인 20대와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30대의 미디어 이용 양태가 다르다. 풍족한 세상에서 태어나 자란 이 세대는 자기애가 강하고 요리, 여행, 반려동물 등 좋아하는 영역도 다채롭다. 좋은 것은 샅샅이 찾아보면서 이른바 ‘덕질’을 하지만, 의무나 당위로 무얼 하는 데는 흥미가 없다. 늘 콘텐츠의 바다에 빠진 이들에게 10대에서 60대까지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평균적인’ 뉴스나 콘텐츠를 줘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이용자 계층을 세분화해 각각에 맞는 내용과 형식, 언어로 전달해야 한다.

이메일 소식지 방식으로 단기간에 700만명 이상 수신자를 확보한 미국의 뉴스 스타트업 <스킴>은 처음부터 밀레니얼 세대 여성을 목표로 삼아 이들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창간 1년을 넘겨 순항 중인 국내의 <어피티>는 사전 조사를 거쳐 ‘재테크 정보가 궁금한 직장 초년생 여성’ 등 목표 독자를 정해놓고 시작했다. 전통매체라고 다르지 않다. 영국의 <비비시(BBC)3>는 16~34살을 표적으로 한 채널인데 2016년 지상파, 케이블, 위성, 아이피티브이 송출을 중단하고 전용 인터넷 플랫폼인 ‘아이 플레이어’만으로 서비스하기로 했다. 갈수록 수신료 걷기 힘든 환경에서 비용 절감을 고려한 선택이었지만, 표적 독자가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온라인 전환 이후 16~34살 시청자가 두배 이상 늘었다.

밀레니얼 세대 여성을 겨냥한 이메일 소식지로 설립 7년 만에 7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미국의 신생 매체 <스킴>의 누리집.

② 큐레이션은 ‘필수’다

뉴스를 날것으로 제공하는 것은 점점 부가가치가 낮은 일이 되어가고 있다. 젊은 독자는 언론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어렵고 맥락 없는 뉴스 대신 스타트업이나 유튜브에 기반을 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로 눈을 돌린다. 뉴스 큐레이션은 많은 뉴스 중에서 독자의 관심과 취향에 맞춰 뉴스를 선택, 재배치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말한다. 특히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고 이해를 돕는 큐레이션이 간단한 것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다. ‘똑똑한 간결함’(Smart Brevity)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미국의 <액시오스>는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정보만 스마트폰 한 화면에 들어갈 수 있는 300자 이내로 압축해 제공한다. ‘왜 이 내용이 중요한가’와 ‘생각해 볼 점’이 제일 앞에 오고 상세내용, 배경, 결론은 뒤쪽에 배치된다. 시간이 부족한 독자에게 시사점 위주로 뉴스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미국의 잘나가는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를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의 신생 언론사 <뉴스픽스>도 ‘프로피커’(Pro-Picker)라 불리는 전문가가 뉴스를 선별한 뒤, 맥락 있는 댓글을 달아줘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국내의 <뉴닉>도 하루 꼭 필요한 뉴스 3가지를 골라 친구와 대화하듯 친근한 어법으로 이를 풀어준다.

③ 효능감을 주라

밀레니얼 세대는 콘텐츠를 폭넓게 소비하고, ‘스낵컬처’(과자를 먹듯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의미)에 익숙해 있다. 하지만 20대와 30대가 환경을 이해하는 매개로서 뉴스를 보지 않아도 사는 데 불편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이들은 취업, 출산, 결혼 등 인생의 여러 대목에서 힘들고 고민할 게 많다. 천편일률적인 뉴스를 보지 않을지 모르나 오히려 그들은 인생의 국면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에 목말라 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뉴스라면 분량이 길더라도 읽어보고, 관련된 정보까지 찾아본다. 국내의 <퍼블리>는 25~45살 일을 더 잘하고 더 똑똑해지려는 열망을 가진 사람을 겨냥해 질 높은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한다. 각 분야 전문가를 저자로 위촉해 이들이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길고, 깊이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창립 4년이 지난 현재 월 2만1900원이란 적지 않은 구독료를 내고 6천여명이 정기구독해 국내에서 드물게 뉴스 유료구독 모델을 정착시켰다.

뉴스 매체는 아니지만, 돈을 내고, 책을 직접 사야 하며, 독후감까지 써야 참가할 수 있는 독서모임 ‘트레바리’가 잘되는 것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지식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④ 좋은 삶에 관해 얘기하라

개인적 효능감 못지않게 사회적 효능감도 필요하다. 이들 세대는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지만 공정이란 가치에 민감하고, 계기가 마련되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미래에 관심이 많아 세상이 나아지는 방안을 제시하는 뉴스는 이들의 호감을 산다. 사회 문제를 드러낼 뿐 아니라 해결하는 노력까지 함께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2016년 출범해 단기간에 세계적인 매체로 성장한 프랑스의 <브뤼트>(Brut)가 그런 사례이다. <브뤼트>는 밀레니얼이 자신만 생각하는 세대는 아니라 보고 다양성, 환경, 여성의 권리 등의 이슈를 주요하게 다룬다. 또 보통의 뉴스처럼 부정적인 내용을 파고들기보다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집중 조명한다. 영국의 진보매체 <가디언>도 그렇다. 올 하반기부터 뉴스 말미에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가디언이 저널리즘으로 헌신하겠다는 안내문을 달았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언론활동을 하고 있음을 독자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이다.

⑤ 독자의 ‘관여’를 끌어내라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미디어의 ‘상호성’에 일찍 눈을 뜬 인구집단이다. 뉴스를 읽는 데 만족하지 않고 그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려는 욕구가 강하며, 공감하는 뉴스의 메시지 확산과 실천에도 곧잘 나선다. 그래서 이들을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첫걸음은 소통이다. 이들 세대는 재미를 추구하기에 유머 코드가 들어가면 좋다. <뉴닉>이 고슴도치를 형상화한 ‘고슴이’를 브랜드 캐릭터로 만들어 편집진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좋은 예다. 소통 과정에서 독자가 진정성을 느끼고, 공감할 때 관여가 일어난다. 댓글을 달거나 퍼나르는 데서 시작해 제보하거나 후속기사 방향을 조언하고,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해 돈을 낸다.

<한국방송>(KBS)이 유튜브와 팟캐스트에 개설한 채널 <댓글 읽어 주는 기자들>은 솔직함으로 독자의 공감을 끌어낸 사례다. 일부 기자가 자발적으로 포털 등의 자사 기사에 달린 댓글에 답변하고, 방담 형태로 취재 뒷얘기를 다루는 채널로 출발했는데, 방송 15개월여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넘어섰다. 출연자들이 기사에 달린 ‘악플’에도 대댓글을 달며,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잘못은 적극적으로 사과했다. ‘악풀’을 다는 이들이 기본적으로 애정이 있는 독자라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럴 때 댓글을 단시청자도 “이해한다. 앞으로도 지켜보겠다”며 긍정의 메시지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머니투데이>의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 코너는 35kg 방화복을 입고 화재현장에 직접 가 보는 등 숨소리가 느껴지는 체험기사에 더해, 댓글을 통해 기사로 다 못전한 느낌과 전후과정을 터놓고 대화한다. 독자들은 다음 취재 아이템을 제안하는 등 적극 화답한다.

⑥ 플랫폼과 채널에 ‘정답’은 없다

20, 30대는 한국에서 제일 바쁘다. ‘시간 빈곤자’들이 많다. 그러면서 관심사가 다양하다. 모바일 기기로 플랫폼을 빠르게 넘나들며 ‘F자’ 형태의 훑어보기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으려 한다. 뉴스도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보기보다는 친구들의 소셜미디어에서 ‘다가오는’ 뉴스를 보는 편이다. 어떤 플랫폼을 공략할지가 언론사로서는 고민인 까닭이다. 페이스북이 뉴스 유통의 왕국이 될 것이라며 달려간 게 불과 몇년 전인데, 이제는 유튜브로 몰려가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과 채널의 유행을 좇는 것이 전부가 아님은 한때 수명을 다했다던 이메일이 화려하게 부활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메일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미국의 <스킴>, 한국의 <뉴닉>뿐 아니라 <허슬>, <쿼츠> 등의 뉴미디어가 이메일 소식지를 잘 활용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도 50종이 넘는 이메일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다. 이런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는 전략은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그들이 있는 곳에서 우연히 접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분산 플랫폼’ 전략일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링크트인 등 23개 플랫폼에, <시엔엔>(CNN)과 <허핑턴 포스트>는 22개 플랫폼에 콘텐츠를 뿌리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시간에 맞춰 채널과 플랫폼을 선택하고, 그들 일상의 다양한 시점과 국면을 파고드는 뉴스를 제공해야 한다.

신구 세대가 협업하는 뉴스룸 혁신 필요

밀레니얼 독자의 이런 특징들은 신문과 방송 등 전통매체에 조직과 콘텐츠를 혁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준다. 미디어 전략가인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는 “밀레니얼 독자를 잡기 위해 새로운 문체, 이야기 구조, 전개 방식을 개발하는 실험을 해야 한다”며 “젊은 기자에게 자율권을 주고 이들이 중요한 결정을 하도록 하되, 연차 있는 기자들이 사실확인과 취재윤리를 뒷받침하며 협업하는 뉴스룸의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관련 기사: 밀레니얼 세대를 잡는데 성공한 뉴스미디어들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9183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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