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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30 16:30 수정 : 2005.12.30 18:35

<한겨레>와의 소송을 다룬 조선일보 30일자 2면 기사. 조선은 이 기사에서 1심판결과 2심 판결을 교묘히 뒤섞었다. 2심 판결에 따라 한겨레신문사는 조선일보에 돈을 물어내는 게 아니라 이자를 포함해 1억여원 가까이를 고스란히 돌려받는다.

1심·2심판결 교묘히 뒤섞어…조선, 한겨레에 1억원 가까이 돌려줘야

역시 ‘조선’스러웠다. 동아일보사가 자기 회사 관련 소송의 판결문 내용을 완전히 왜곡해서 입맛대로 싣더니, 조선일보사 역시 교묘한 기사배치와 편집으로 결정 취지를 왜곡했다. 야비한 짓이다.

12월30일치 <조선일보> 2면과 <조선닷컴>에 실린 소송 기사 얘기다. 이 기사를 읽은 조선일보와 조선닷컴 독자들은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가 “한겨레신문의 기사와 만평 등은 진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어느 모로 보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조선일보사에 대한 객관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여겨진다. …의혹을 부풀려 조선일보사를 공격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한겨레신문사한테 조선일보사에 8천만원을 물어내라고 결정한 것으로 착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조선일보를 보고 결정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언론단체와 독자들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가 <한겨레>에 걸려 왔다.

조선닷컴은 아예,

“한겨레신문은 정정보도 하라”
‘조선일보·신군부 건물 맞교환’ 보도는 부당한 공격
서울고법 조정결정

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조선닷컴 ‘법원 판결’ 의도적 왜곡…1심·2심판결 교묘히 뒤섞어
한겨레신문사, 조선일보에 돈 물어내는 게 아니라 이자포함해 고스란히 돌려받아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한겨레신문사는 1심에서 물어낸 ‘8천만원+이자’까지 조선일보사로부터 돈을 돌려받게 된다. 또 서울고법은 “‘조선일보·신군부 건물 맞교환’ 보도는 부당한 공격”이라고 결정한 적이 전혀 없다. 조선일보가 길게 인용한 “한겨레신문의 기사와 만평 등은 진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어느 모로 보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조선일보사에 대한 객관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여겨진다. …의혹을 부풀려 조선일보사를 공격하고 있다”는 내용은 2심 결정문 어디에도 없다.

조선일보와 조선닷컴이 1심 판결문과 2심 결정문 내용을 교묘하게 뒤섞어 놓은 탓에 벌어진 일이다. 2심인 서울고법 민사14부는 한겨레신문사와 조선일보사 사이의 합의를 권유해 ‘임의조정’을 했고 그 결정 내용은 30일치 <한겨레> 2면에 실린 정정보도문 그대로이다. 1심 판결문에 적힌 ‘부당한 공격’ 운운하는 대목이나 조선일보가 주장해온 다른 내용들은 모두 배척된 셈이다. 심지어 조선일보사 쪽은 2001년 9월11일치에 보도된 기사를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할 것까지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결은 2001년 국회 국방위 폭로내용 바탕기사 중 일부만 정정

당시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과정에서 장영달 의원이 국방부 내부자료를 입수해 폭로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당시의 기사 가운데 교환이 아니라는 등 일부가 재판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으니 그 대목만을 바로잡는다는 것이 결정 내용의 전부다.

장 의원은 당시 “5억원을 호가하는 보안사 안가를 2억원 남짓한 주택과 맞교환해 국유재산을 헐값 처분했다”며 80년 4월14일자로 당시 조선일보사 방우영 사장(현 회장)이 국방부장관에게 보낸 ‘교환승낙서’를 공개했고 <한겨레>는 그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 사장의 직인까지 찍힌 이 문서를 보면, ‘국유재산’인 서울 중구 정동 1-21의 대지 200.4평과 건물을 1억5412만원, ‘민유재산’인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89-36의 대지(197.9평)와 연와 슬래브 건물을 1억5511만여원으로 계산해 맞바꾸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내용은 한겨레뿐 아니라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 다른 언론들에도 일제히 보도됐다.

장영달 의원 “방우영 조선 사장, 국방장관에게 ‘교환승낙서’ 보내” 공개

보안사와 방우영 사장간에 맺은 `악정서'.
그러나 조선일보사는 한겨레를 상대로 1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취재 과정에서 한겨레 기자에게는 “일일이 해명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며 제대로 해명도 않던 조선일보사는 뒤늦게 재판과정에서 “보안사의 요청에 따라 교환승낙서를 작성했던 것일 뿐 실제는 정당한 가격에 매수를 한 것”이라며 보안사와 맺은 약정서를 법정에 내놓았다.

결국 4년여의 법정공방 끝에 ‘임의조정’을 통해 정정보도문을 내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1980년 쿠데타로 전권을 장악한 신군부와 조선일보사의 ‘권언유착’ 과정에서 이 사건이 어떤 구실을 했는지는 여전히 밝혀져야 할 의문으로 남아 있다.

당시 조선일보사 사장이던 방우영은 94년부터 97년까지 매주 조선일보사 사보에 ‘생각나는 대로’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고 98년 1월 이를 모아 회고록을 냈다. 그는 여기서 과거 보안사 안가였던 현 조선일보사 정동사옥과 관련해 이렇게 회고했다.

방우영 회고록서 “보안사 사옥을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고 밝혀
보안사와 거래한 조선 방 사장 국보위 입법위원 참여 등 전두환정권 내내 ‘승승장구’

“12.12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요청으로 그를 만났다. 12.12 사건의 경위를 장황하게 해명한 다음 정색을 하고 '국방헌금'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내용은 지금의 정동별관과 한양빌딩 사이에 있는 보안사 안가를 딴 곳으로 옮기려 하니 '국방헌금' 내는 셈잡고 신문사가 인수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가격까지 제시했다. 회사에 돌아와 챙겨 보니 박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가 끌려와 조사를 받은 장소였다. 수차례의 교섭 끝에 시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인수했다.”

보안사 사옥을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힌 방 사장은 같은해 10월 주요언론사 사장으로는 유일하게 국보위 입법회의 의원으로 참여한다. 이후 조선일보사는 5공화국 내내 승승장구하며 경쟁신문사들을 따돌린다. 30일치 조선일보 2면과 조선닷컴의 소송 기사가 자신들의 역사적 치부를 덮어보려는 몸부림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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