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3 19:03
수정 : 2019.09.04 14:49
언론재단 등 ‘미디어 리터러시’ 세미나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출생 디지털 Z세대
놀이문화로 미디어 수용…혐오표현 확산 우려
“미디어속 젠더·인권…삶의 수업으로 확장을”
“교육과정 포함 체계화·표준화 교육 바람직”
유튜브 등을 통해 쏟아지는 가짜뉴스 폭탄 세례에 맞설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줄곧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해법이라고 주장해왔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란 다양한 형태의 의사소통에 접근하고 분석·평가·창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인데, 학교 현장에선 아직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없고 교사들의 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초등교육학회, 경인교육대학교가 지난달 28일 공동주최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학교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세미나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영상물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네이티브)’에게 맞춤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논하는 자리였다.
■ “디지털 제트세대는 ‘언니 오빠들’보다 더 신중하다” 디지털 원주민은 대략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로 ‘디지털 제트(Z)세대’라고도 불린다. 이날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제트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개인정보에 민감하고 비교적 에스엔에스(SNS)를 조심스럽게 사용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선행연구나 인터뷰 결과를 보면, 이들은 ‘언니 오빠들’이 인터넷상에 글을 함부로 남기다가 비난이 빗발치는 ‘흑역사’를 목격하며 자란 세대”라며 “제트세대는 초등학생 때만 해도 쉽게 댓글을 썼지만 중학생 이상만 돼도 대부분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미디어 이용을 여전히 하나의 놀이, 언어유희 문화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거나 혐오표현이 확산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특히 이들 세대는 미디어 공간에서 이뤄지는 ‘주고받기’로 즐거움을 찾는다. 친구가 내 포스트에 ‘좋아요’를 눌러주면 나도 찾아가 반응을 보인다. 김 부연구위원은 “10년 전 ‘버디버디’가 유행했는데 그때도 친구에게 쪽지를 보내며 주고받기를 했다. 지금은 소통 상황에서 갈등이 생기면 단톡방을 나와버리고 새로운 계정을 만든다. 위기관리 대처엔 미흡한 면이 있다”고 짚었다. 세대 담론에 집중하더라도 경제적 격차도 중요하다. 김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세대도 사용자가 직접 창작물을 만드는 ‘유시시’(UCC) 등을 제작할 때 아이들이 모두 알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면 이를 접하지 않은 아이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포함을” 교육과정 핵심 역량에 ‘미디어 리터러시’가 명시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초등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사례를 발표한 박유신 교사(석관초등학교)는 “미디어에서 젠더·인권 등에 대한 논쟁이 늘어나고, 미디어 생산자도 일반 시민 및 청소년으로 확대됨에 따라 교육의 필요성이 더 높아진다”며 “이제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미디어 교육이 아니라 삶의 수업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공교육 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명시적으로 반영하고 체계화, 표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정의 역사를 훑기도 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일선 학교에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창작수업이 붐을 이뤘다. 여기에 만화·애니메이션을 수업에 도입함으로써 통합교과적인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되짚었다. 이런 통합교과적 관점에서 20년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온 전국국어교사모임 매체연구회의 사례도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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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와 마라톤의 합성어인 ‘체커톤’ 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허위정보를 검증하고 반박 미디어를 제작해 사람들과 공유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언론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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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에선 한국의 열악한 미디어 리터러시 현주소도 확인됐다. 장은주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교육연구사는 “일부 교사의 헌신적 노력에 의존한다. 자료와 기자재가 있으나 홍보가 부족해 확산되지 못한다”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 제고가 목적인 만큼 미디어 교육 내실화를 위해 제도적 정책적 지원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핀란드 라플란드대에서 미디어 교육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원석 전 <와이티엔>(YTN) 기자는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유튜브 영상을 걸러내는 비판적 사고 능력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교사들의 교안 외에도 학부모들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생활화할 수 있는 지원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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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에서 다룬 광고에 대한 비판적 리터러시는 국어, 윤리 등 통합교과 수업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박유신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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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를 수업 현장에서 어떻게 다뤄야 할까. 특정 언론을 학습교재로 쓰면 정치 편향성을 들어 공격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에 대해 양정애 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학생들이 공공 이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소개해주되 가능하면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함께 보여주고 스스로의 비교·판단을 이끌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는 “학습자의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지털 시민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관련 기관이 협업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
-유해한 미디어로부터 학생 보호
-NIE(신문 활용 교육) 활성화
-시청자미디어센터·한국여성민우회·미디액트 등 시민단체에 의한 교육
-전국국어교사모임 매체연구회,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만화·애니메이션·영화·사진 자료 제공
-PC 대체하는 스마트폰 중심의 미디어 교육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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