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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3 16:05 수정 : 2005.12.23 16:27

‘서울대 조사위’ 중간발표 30분전 회견문 배포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3일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실을 밝힌 중간 조사결과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일부 언론이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를 파기하는 `고질병'을 또다시 드러냈다.

주요 사안이 떠오를 때마다 국제적인 엠바고까지 깨뜨려 망신을 자초한 바 있는 국내 언론계에서 이런 악습이 되풀이 된 것은 해당 언론사의 `자질'을 의심케 할 뿐 아니라 한국언론의 명예와 위상까지 실추시키는 파렴치한 행위로 꼽힌다.

언론계에서 통용되는 엠바고란 국가적 이슈 등 현안이 될 만한 사안이 사전에 보도됨으로써 혼란 등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사들이 특정 사안을 일정기간 보도 유예키로 사전에 약정하는 것이다.

서울대 조사위는 사전에 조사활동을 취재하던 전 언론사에 중간발표 시점(23일 오전 11시)까지 발표내용에 대해 엠바고를 요청했고 각 언론사는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를 수락하고 `신사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언론사의 엠바고 준수의지를 믿고 이날 중간발표 30분 전인 오전 10시30분께 각 언론사의 제작.편집과정에 편의를 주기 위해 핵심내용이 담긴 A4 용지 2장짜리 회견문을 전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인터넷매체 데일리 서프라이즈와 뉴시스는 엠바고 시점보다 12분 먼저인 오전 10시48분(포털사이트 기준), 경제전문매체 `머니투데이'는 8분 이른 오전 10시52분에 앞다퉈 보도했고 `오마이뉴스'도 10시54분 보도로 뒤를 이었다.

전국민과 국제사회의 눈과 귀가 쏠린 첨예한 사안인 만큼 공정하고 엄정한 조사위의 조사활동이 과잉 취재경쟁으로 방해받지 않도록 하자는 공감대를 토대로 맺은 엠바고가 일부 언론의 지나친 속보경쟁으로 깨져 버린 셈이다.

전 언론사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 뒤 합리적인 판단으로 맺은 `신사협정'이 무려 4개 언론사에 의해 깨짐으로써 우리 언론계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인 `조급증'이 도졌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자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것도 아니고 엠바고를 전제로 모든 언론사에 동시에 배포된 회견문을 몇분 먼저 보도하는 것은 `소모전'에 불과하고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보도행태라는 점에서 이번 엠바고 파기는 어떤 설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이 다른 연구진보다 더 빨리 연구성과를 내려는 데서 비롯된 부끄러운 일로 드러나고 있지만 일부 언론사가 이를 더 빨리 보도하려는 속보 욕심 때문에 황 교수처럼 `금도'를 넘고마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는 게 현장을 지켜본 기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고려대 언론학부 심재철 교수는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언론사간 엠바고를 설정한 것을 파기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인터넷 매체는 속보를 추구하는 속성 상 자주 엠바고를 파기하는 경향이 있어 자정기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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