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09 16:16
수정 : 2019.07.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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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의 심층탐사 프로그램 <피디수첩>의 박건식 책임피디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에서 피디수첩 방영 1200회를 맞아 인터뷰에 앞서 사진자세를 취하고 있다.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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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식 피디수첩 책임피디 인터뷰
MB정권 모진 탄압 풍비박산
“민감 기획안 다 찢겨져 위축”
피디수첩 출신 최승호 사장
‘7년 암흑기’ 끝내고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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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의 심층탐사 프로그램 <피디수첩>의 박건식 책임피디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에서 피디수첩 방영 1200회를 맞아 인터뷰에 앞서 사진자세를 취하고 있다.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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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의 심층탐사 프로그램 <피디수첩>이 지난달 1200회를 넘겼다. 정권에 길들여진 언론의 자성 속에서 1990년 출발한 피디수첩은 ‘피디 저널리즘’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사회적으로 큰 호응 뒤편엔 소송과 정권 탄압, 광고 중단 등 자주 격랑에 휩싸였다. 피디수첩 박건식 책임피디(시피·CP)를 지난 4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피디수첩의 수난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995년에 문화방송 피디로 입사한 그는 2006년 멸균 소독에 소홀한 치과 치료의 위험함을 고발한 ‘치과의 비밀’로 이름을 알렸다. 2014년 문화방송 피디협회장과 한국피디연합회장을 지냈다.
그동안 사회적 반향이 가장 컸던 방영 내용은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사건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를 다룬 광우병 사안이다. 피디수첩의 분기점으로 두 작품을 꼽은 박 시피는 “황우석건은 과학자 윤리에 대해 다뤘지만 문화방송의 사운을 건 싸움으로 취재기법 등 고민을 많이 했다. 광우병 건은 검찰 조사를 받으며 사실 검증을 제도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피디들의 보도가 기자들과 달리 사실 확인이 허술하다는 방송 초기의 지적에 맞서 신문기자 출신인 그는 2009년 최승호 피디(현 문화방송 사장)와 함께 ‘과학적 저널리즘’을 목표로 빅데이터 기반의 사실 검증에 앞장섰다. 그는 “팩트체킹을 하려면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다. 당시 공직자 재산문제, 법원 인사·판결기록 등을 일일이 수작업했다. 부동산 관련은 등기부등본을 하나하나 떼서 입력팀과 검증팀이 돌아가며 엑셀로 정리했다. 몇년만 정리하면 (정보 능력에서) 국정원을 능가하겠다는 농담도 나왔다”며 웃었다. 이런 작업은 피디수첩의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만들어 내부 안정화, 과학화를 도모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부서 자체가 풍비박산나며 7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해 2월에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김재철 사장의 취임 뒤 권력에 대한 잦은 비판으로 눈엣가시 같던 피디수첩부터 흔들었다. 그를 포함한 피디 6명이 강제발령됐다. 그는 “남은 피디들이 노력했지만 민감한 기획안이 올라오면 면전에서 찢겨지고 반토막난 예산에 프로그램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되짚었다. 이후 권력에 순치된 콘텐츠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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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피디수첩>은 6월25일 1200회를 맞아 구조 동물 안락사 논란을 추적한 ‘박소연, 연극이 끝난 그 후’를 내보냈다.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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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 비리·김기덕·장자연…
굵직한 적폐 정면돌파 추적
작년 소송 20여건·광고중단 보복
“소송에도 익명 뒤 숨지 않을 것 ”
2017년 12월 ‘문화방송 몰락, 7년의 기록’ 편으로 시청자 앞에 다시 돌아오며 긴 암흑기를 빠져나온 피디수첩은 서서히 중흥기를 맞고 있다. 지난 한해 사법개혁, 조계종과 대형 교회들의 비리, 미투와 김기덕 감독,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비리를 고발한 장자연 사건 등 굵직한 이슈로 떠났던 시청자들의 지지가 돌아오고 있다. 그는 “다른 프로그램들이 다루기 쉽지 않은 공적 담론이나 거악들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3월 한국피디연합회에서 주는 ‘올해의 피디상’에 피디수첩팀이 대상을, 작품상에서도 ‘고 장자연’ 2부작이 시사·다큐부문으로 상을 받았다. 또 4월엔 필리핀에 쓰레기 사기 수출하는 현장을 파헤친 ‘쓰레기 대란’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달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상복만큼 소송복도 잇따랐다. 피디수첩은 소송의 역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양한 소송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방영 전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포함해 명예훼손 민·형사 소송이 20여건에 달했다. 방송을 코 앞에 두고 가처분 소송과 소송 전단계인 내용증명이 들어오면 시간과의 피말리는 싸움이 배가된다. 그는 “취재과정에서 반론을 받기 위해 공문을 보내면 힘있는 기관들은 소송으로 압박을 해온다”며 “재판에 어지간히도 불려다녔다. 방송을 앞두고 음악·더빙 등 막바지 작업으로 촌각을 다투는 바쁜 시간에 치밀하게 대비해야 하는 법정 문건까지 작성하다보면 왜 빨리 완성본을 넘기지 않느냐는 편성팀의 아우성을 듣게 된다”고 전했다.
소송뿐 아니라 대기업의 광고중단 등 다양한 형태의 보복이 있다. 이는 피디수첩이 살아있다는 증거로 여긴다. 그는 “영향력이 없으면 소송이나 광고탄압도 없을 텐데 아픈 부분을 짚으니 반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소송이 두렵다고 익명의 그늘에 숨지 말 것을 강조한다. 박 시피는 “피디수첩은 책임지는 자세로 실명보도 원칙을 고수한다. 소송 대응이 귀찮기는 하지만 과정을 통해 방대한 자료가 쌓이고 새로운 진실을 밝히는 계기도 된다.”고 설명했다. 기획단계부터 마지막 화면이 나갈 때까지 데스킹과 팩트체킹을 교차 가동, 촘촘하게 점검하는 검증 시스템은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일 뿐 아니라 많은 소송에서 대부분 승소를 이끈 원동력이 된다.
그는 문화방송 정상화가 더디다는 우려엔 오랜 기간 조직이 황폐화된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민주주의는 시간이다. 변모하는 모습이 뚜렷하지 않아 답답하겠지만 씨를 뿌리면 열매는 가을에 맺는 것이지 여름이 아니다. 특히 재원 구조가 확립돼야 선순환될 수 있다.”
피디수첩은 내년이면 30돌을 맞는다. 그는 “그동안 한 세대가 바뀌었다. 다원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젊은세대와 활발한 소통을 위해 유튜브에도 관심을 갖고 시대적 담론의 주제와 접근방식, 스토리텔링 등의 변화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다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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