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03 18:21
수정 : 2019.07.03 22:12
적폐청산 기구 ‘미발위’ 9개월 조사 발표
편집부국장 단독 결정 아닌 것으로 드러나
주총서 노조원 대상 ‘현행범 체포 요구’ 공문 작성도
보도전문채널인 <와이티엔>(YTN)이 지난 2013년 6월 발생한 ‘국정원 댓글 보도 중단사태’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편집부국장의 판단이 아닌 이홍렬 당시 보도국장의 지시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주주총회에서 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현행범 체포 요구’가 담긴 공문을 작성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와이티엔의 과거 청산기구인 ‘와이티엔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위원회’(미발위)는 3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불공정 보도와 부당 인사, 경영 부조리 등에 대한 9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발위는 와이티엔이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구본홍씨가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온 이래 10년간의 공정방송 훼손 및 권력 유착과 인사 전횡 등을 조사하기 위한 기구로 위원장과 노사 위원 2명씩 5명으로 구성돼 지난해 10월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미발위는 보도 분야에 대해 “권력 감시가 언론의 본령임에도 와이티엔은 그동안 권력 정점에 있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 보도를 주저해왔다”며 자성하고 관련 보도가 무산되거나 축소된 사례들을 들며 재발 방치책을 노사 양쪽에 권고했다. 와이티엔 보도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침해된 대표적 사례는 2013년 6월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원 댓글 관련 단독 보도를 정권에 부담된다고 판단해 보도국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중단시킨 사건이다. 당시 공정방송위원회 등을 통해 편집부국장의 판단이라고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를 통해 이 전 보도국장의 지시인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다만 미발위는 “조사과정에서 경영진과 국정원의 연루 정황을 파악했지만, 권한의 한계로 진상을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보도 여부에 대한 판단 이전에 취재 자체가 가로막힌 대표적 사례로 ‘삼성 동영상 취재 무산’을 들었다. 이는 최대 광고주의 치부를 취재하는 과정에 경영진 및 관련 부서장들이 부적절하게 개입한 사례로서 2016년 당시 사회부장과 제보자의 통화 내용이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지면서 ‘제보 팔이’ 의혹이 일었다.
부당 인사와 관련해선 노사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09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기획실에서 경찰에 보낸 공문에 “당사의 신고가 있을 경우 즉각 경력을 출동시켜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2년, 2013년 주총 때도 수정없이 그대로 경찰에 협조 요청이 이어졌다.
미발위는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회사 쪽에 권고했다. 그러나 <한국방송>(KBS)의 과거 청산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가 징계 권고한 대상자 숫자를 밝힌 것과 달리 미발위는 징계 권고권만 있다며 개개인에 대한 인사조처는 회사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미발위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노사 동수인 공정방송위원회가 가부 동수일 경우 부결되는 현행 조항 때문에 회의를 열어도 공방의 장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실질적 효력을 갖도록 개선하라는 권고도 내렸다.
미발위는 수사권이 없고 해묵은 사안들이 많아 각종 의혹 해소를 위한 증거 확보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김웅래 미발위 위원은 “주요 보직을 맡아 와이티엔을 이끌었던 자들 가운데 퇴직자가 많아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거부해 한계가 많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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