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03 18:06
수정 : 2019.07.03 19:56
<2019 IRE> ‘스토리보드로 엮는 당신의 탐사보도' 참관기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19 KPF 디플로마-탐사보도 교육과정’의 하나로 <2019 탐사보도 기자 및 편집자 콘퍼런스>(2019 Investigative Reporter and Editor)에 참가했다. 올해 콘퍼런스에는 지난 6월 13일부터 나흘간 미국 텍사스 휴스턴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렸다. 20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준비된 이 행사에는 24개국서 온 기자 2천여 명 참가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로 유명세를 치룬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 기자가 발표한 ‘스토리보드로 엮는 당신의 탐사보도' 강의는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 발표 내용을 기사로 정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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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보드로 엮는 당신의 탐사보도' 세션이 15일 오전 (현지기각) 미국 텍사스 휴스턴 메리어트호텔 강연장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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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지역의 인종차별에 대한 탐사보도를 위해 스포트라이트 기자 6명이 늘 칠판에 관련 아이디어와 취재 내용을 정리했는데, 처음 예상했던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르게 취재가 진행됐죠. 머릿속이 복잡했어요.”
<2019 탐사보도 기자 및 편집자 콘퍼런스> 셋째 날인 15일 오전 미국 텍사스 휴스턴 메리어트호텔 강연장에서 ‘스토리보드로 엮는 당신의 탐사보도’ 세션이 열렸다. 토드 월랙 <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가 탐사보도에 스토리보드가 왜 필요한지를 놓고 발표했다.
토드 기자가 속한 스포트라이트 팀은 2003년 퓰리처상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작 ‘가톨릭 교회 신부들의 성폭력 실태’ (Courageous, comprehensive coverage in its disclosures of sexual abuse by priests in the Roman Catholic Church) 취재 과정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등장해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최근 이 팀은 탐사보도 ‘보스턴. 인종차별. 이미지. 현실’ (Boston. Racism. Image. Reality)를 통해 ‘보스턴에서 인종차별주의는 만연한가?’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졌고, 거주와 건강, 정치, 운동, 교육 등의 부분에서 발생하는 백인-흑인 차별 문제를 드러냈다. 인종차별 사례를 다양한 측면서 취재하고 입체적으로 보도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 2018년 퓰리처상 지역보도 부분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관련 기사
https://apps.bostonglobe.com/spotlight/boston-racism-image-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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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 인종차별. 이미지. 현실’ 탐사보도물. <보스턴 글로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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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내용에 대한 소개를 마친 토드 기자가 취재 과정 중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놨다. “새 분석 자료가 추가돼 기존 정보에 취합되면, 저희 팀의 탐사보도 열쇳말은 바뀌었어요. 또 보도할 내용의 전체 구성 역시 매번 뒤집혔죠.” 동시에 그는 취재 상황을 공유하고 보도 방향을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보드 제작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기자 6명이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열쇳말과 취재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어요. 구성원 사이에 공통의 이해가 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탐사보도를 위해선 정교한 스토리보드가 필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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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 팀이 제작한 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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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기자가 강연장 앞 벽면에 ▲자료 취합 ▲취합 자료의 주제별 분류 ▲분류 별로 내용 요약 순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보드 정리 3단계 노하우 화면을 띄우며 발표를 이어갔다. “첫 단계로 모든 내용을 닥치는 대로 스토리보드에 기록했어요. 적힌 내용 중에는 아예 쓸 수 없는 것도 있었고 바뀐 것도 있었죠. 처음 계획한 방향대로 보도되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데스크에 따라 취재 방향이 바뀌기도 했고요.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그 방향이 바뀌어도 스토리보드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버리지 않고 정리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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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월랙 <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가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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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중 직접 경험한 사례를 들며, 두 번째 단계 ‘취합 자료의 주제별 분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재 기사별 주제에 따라 각자 다른 자료가 활용됩니다. ‘보스턴 흑인을 위한 파워 인사는 없다’ (For black in Boston, a power outage) 기사의 내용을 보면, 과거 주 의회나 연방의회에 흑인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처음에는 이 부분 관련해 생각조차 못 했지만, 주제별로 분류된 자료를 보면서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어요.” 또 스토리보드에 정리된 그래픽과 사진 등도 기사 작성에 꼭 필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세 번째 단계 ‘분류 별로 내용 요약’이 탐사보도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도 말했다. “분류된 취재 내용별로 요점 정리를 해야 하는데요, 한두 문장씩 핵심 줄거리를 씁니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를 바탕으로 어떻게 기사를 구성할지 브레인스토밍을 합니다. 그리고 보도될 이야기의 주제에 맞춰 그 내용을 삽입합니다.” 토드 기자가 탐사보도 전 과정을 한 시간으로 정리해 마무리했다. 주제를 잡아 취재하는 연역적 방식의 일반 보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예견하기 어려운 내용까지 취재해 귀납적 방식으로 탐사보도에 활용한 것이 스포트라이트 팀의 노하우였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KPF 디플로마-탐사보도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휴스턴/글·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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