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에도 방 사장 일가 처벌받지 않아
오히려 해명 요구한 의원·시민단체만 재판
조선일보·사주 일가, 최소한의 염치 되찾아야
〈파일럿_나의 칼럼〉한겨레TV 화면 갈무리
안녕하십니까 한겨레 논설위원 김이택입니다. 웬 아잰가 하실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최근에 조선일보 방사장 일가의 패륜 한국언론의 수치 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두 번 썼습니다. 댓글도 많이 달리고 후원금도 좀 들어오고 해서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이 자리까지 서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제 칼럼 다 읽으신 분들은 굳이 영상은 안 보셔도 될 거 같애요.
제가 4월9일치로 쓴 칼럼에 포털과 한겨레 홈피 합쳐서 3천9백몇십개 댓글이 달렸더라구요.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게 네이버에서 조선일보 망해라 이름도 아깝다에 5천9백여분이 공감 버튼을 누르셨더라구요. 다음으로 드디어 이런 기사가 나오는군요. 못마땅한 사람들의 의혹은 그렇게 잘도 파헤치던 조선일보 방사장 의혹도 깨끗이 성역없는 수사해서 파헤치길요 라는 댓글에도 4965분이 공감을 하셨습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대해서는 뭔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넘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겠죠. 사실 조선일보 문제 특히 사주 관련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미디어 전문지 빼놓고 중앙일간지에선 별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그래도 방송에서 미디어비평프로나 탐사프로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데 저는 미디어끼리 비평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주 문제도 마찬가지로 성역 없이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일럿_나의 칼럼〉한겨레TV 화면 갈무리
장자연 사건, 방사장 사건으로 불러야한다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30대 초반 여배우가 세상을 뜨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서 조선일보 방사장한테서 잠자리 요구를 받고, 방사장 아들한테는 룸살롱에서 접대를 했다고 썼습니다. 4장짜리 글을 읽어보면 방사장과 아들이 고인이 결국 세상을 뜨는데 한 요인이 된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다 아시다시피 방 사장 일가는 한사람도 처벌받지 않았고. 누군지조차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한 의원 시민단체 사람들만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국회와 방송토론에서 진상규명하라고 요구한 이종걸 이정희 의원 조선일보 앞에서 진상밝히라고 요구한 시민단체 간부 3명만 검찰이 집시법까지 걸어서 법정에 세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다 무죄받거나 민사소송에서도 조선일보한테 이겼습니다. 딱 한사람만 벌금30만원을 받았는데 법정 나가기 싫어서 항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피디수첩에서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조선쪽은 사실 아니라고 소송까지 걸었는데, 위협받은 게 아니면 왜 경찰이 조선일보사까지 찾아가서 30분만에 그것도 경찰청 시경 출입기자까지 배석시켜놓고 황제조사를 받게 해줬겠습니까.
〈파일럿_나의 칼럼〉한겨레TV 화면 갈무리
제가 기억하기에 조선일보쪽은 당시 방상훈 사장이 의심받으니까 절대 아니라고 간부들을 총동원하다시피 해서 언론이나 기관들에 해명한 걸로 압니다. 그런데 최근 검찰과거사재조사단을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방정오 전 티비조선 대표는 장자연씨와 술자리 밥자리에서 만난 사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글에서처럼 성적인 착취가 있었는지는 검찰 재조사 결과를 기다려야겠지만 조선일보쪽은 당시에도 방용훈이든 방정오든 사주일가가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동생이나 아들한테 술이라도 먹은 적 있냐고 물어보는 게 상식에 맞겠죠. 아무 관계도 없는데 장씨가 마지막으로 글을 남기면서 방사장과 아들을 콕 짚어 적을 리가 있을까요. 조선일보는 수사기관에 해명하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2년쯤 뒤에 sbs가 나중에 가짜로 드러나긴 했지만 장씨의 또다른 편지라면서 장문의 글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결국 결정적인 오버를 합니다. 방사장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 아무개로 확인됐다 표현까지 써가며 다른 사람을 지목합니다. 사실상 신원을 알 수 있게 적었습니다. 누군지를 여기서 밝히지는 않겠습니다만 당사자는 인격살인이라고 반발하고 나중에 의원들 법정에까지 나가서 증언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다른 사람을 방 사장으로 확인됐다고 해놓고 제가 알기엔 아직도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위협 받았다는 조현오 청장의 피디수첩 인터뷰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회사는 민사소송만 냈고, 당시 문제 발언을 한 것으로 지목된 편집국 간부는 민형사 소송을 다 걸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엔 방정오 전 대표가 장씨와 잘 알고 지냈다고 보도한 한겨레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걸었습니다.
〈파일럿_나의 칼럼〉한겨레TV 화면 갈무리
제가 두달쯤 전에 쓴 칼럼 ‘검경을 심판대 올린 버닝썬 김학의 장자연 사건’과 여학생들의 시위 보도에 대해서는 방상훈 사장이 직접 언론중재위에 반론청구를 했더군요. 수년 전 무혐의 받은 결정문까지 첨부해서요. 그런데 읽어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제 칼럼은 방상훈 사장을 겨냥한 게 아니라 수사기관이 장자연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방상훈 사장 이름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칼럼까지 반론을 요구하는 건 사실상 입을 틀어 막으려는 봉쇄소송이고, 청구 자격도 없다고 해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아니라도 동생과 아들이 거론되고 있고 검찰이 재조사 중인 상황에서 방사장이 칼럼에까지 반론청구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요. 장자연 사건을 대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방용훈 사장은 방상훈 사장의 남동생입니다. 조선일보의 주식 10%를 가진 대주주고 코리아나 호텔 사장입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부인이 2016년 9월1일 한강에 투신 자살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후 유서가 공개되고 엽기적이라 할 가정사가 알려집니다. 사건 두어달 뒤 심야에 방 사장과 아들이 고인의 언니 집에 피켈이라 불리는 등산용 도끼와 돌을 들고 나타납니다. 아들은 문을 돌로 내리치고 아버지는 피켈을 손에 든채 발로 뭔가 걷어차는 장면이 시시티비에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그런데 고인의 친정식구들의 고발로 수사에 나선 경찰과 검찰은 방사장은 아들을 말리려던 것이라면서 봐줍니다. 나중에 친정 식구들이 고검에 항고하고 언론에 사건이 조명되고 나서야 재수사해서 뒤늦게 벌금을 매깁니다.
두 사건 모두 여성 두 분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 사건입니다. 공교롭게 방사장 일가가 연루돼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 검경 수사가 석연치않게 마무리 됐습니다.
문제는 여론이 들끓고 재조사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검경 모두 수사의지가 잘 안보인다는 점입니다. 방용훈 사장은 처가쪽에 500만달러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캐나다에 냈습니다. 방 사장의 동서되는 분이 방송에 몇차례 나오셔서 당시 경찰 수사의 의문점을 지적하면서 방 사장 일가를 비호해주는 경찰이 있다고 구체적 사례까지 들어 폭로했습니다. 500만 달러 관련해서도 자금 흐름등이 이상하다고 해서 저도 칼럼에서 언급했습니다. 흔히 검사들이 스스로 공익의 대변자라는 말을 하는데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는 걸 알았으면 수사해야 하는 게 의뭅니다. 그런데 아무데서도 연락온 데가 없답니다. 경찰도 마찬가집니다. 비호세력 있다고까지 했는데도 알아보려는 전화 한 통 없답니다. 장씨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아보입니다. 재수사 중인데 방사장 관련해서 얼마나 진전이 있는지 알수 없습니다. 조현오 전 청장은 조선일보 편집국 간부로부터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하는 반면 조선일보 쪽은 지금도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진위를 가리려면 당시 경기경찰청에서 조 청장과 함께 수사를 맡았던 사람들만 제대로 조사해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쉽지 않다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합니다. 검경이 의원들과 시민단체 사람들만 법정에 세운 적반하장식 수사를 했는데 이번에도 경위를 밝히는 건 고사하고 다시 조선일보 눈치보기로 끝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2001년 초에 한겨레는 언론 권력 시리즈를 장기연재 한 바 있습니다. 거기에 박태준 전 총리 사례가 등장합니다. 아버지랑 호형호제하던 사이라서 그 아들인 방상훈 사장에게 하대를 했는데 조선일보가 비판기사를 대서특필하며 조져대서 결국 방 사장을 찾아가서 사과했다는 내용입니다. 우리 기자가 박 총리한테서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조선일보는 한겨레에 소송을 걸어 그런 일 없다고 부인해서 결국 녹취록까지 법정에 냈습니다. 과거 시리즈 기사에 나왔던 언론권력적 행태를 보면 저는 이번에도 조 전 청장이 들었다는 조선일보는 정권 창출할 수도 퇴출할 수도 운운하는 발언도 직접 확인해본 건 아니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봅니다. 최근 사법농단 수사가 있었습니다. 검찰이 한 법률전문지가 법원행정처한테서 받아 청탁기사를 실은 혐의는 공소사실에 넣고 조선일보가 청탁 칼럼 쓴 것은 쏙 빼놓았습니다. 최근 여러 사건들을 보면 전직 대통령 두명과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시킨 서슬퍼런 검찰도 거대 언론사 눈치를 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저는 조선일보의 언론권력적 행태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패스트트랙 보도를 한번 봅시다. 민주당과 한국당 어느쪽에 책임이 더 있는지 다르게 볼 수는 있을 겁니다. 그렇다해도 사보임 과정이 설사 문제가 있다면 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정개특위까지 막는 건 합리화되기 힘든 것 아닙니까. 선거제도는 여야가 합의 처리하지 않은 적 없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지만 이걸 군사정권에 비유한 건 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설사 합의 않은 게 문제가 있다 해도 폭력 저지른 건 아예 비판 한마디 않고 여당만 겨냥한 건 해도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지역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정당인 민주당에도 불리한데 마치 한국당에만 그런 것처럼 묘사한 것도 악의적입니다. 칼럼에서 제가 과거 군사정권 시절 보도까지 끄집어내서 이런 언론이 1등 운운하는 게 한국 언론의 수치라고 했습니다. 제가 지나친 건가요? 조선일보와 사주 일가가 최소한의 염치를 되찾고 지면에서도 이성을 되찾기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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