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1 17:55
수정 : 2019.03.21 17:59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가 21일 서울 목동 회의실에서 정준영 동영상 불법유통 관련 2차 피해 긴급 안건으로 올라온 채널에이와 티브이조선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 방심위 제공
|
방심위 방송소위, 법정제재 사전절차인 ‘의견진술’ 결정
불법 촬영당한 피해자를 특정하는 내용·사진 내보내
심영섭 심의위원 “특정인 암시는 명예살인”
전광삼 “이미 SNS로 돌던 내용…문제 없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가 21일 서울 목동 회의실에서 정준영 동영상 불법유통 관련 2차 피해 긴급 안건으로 올라온 채널에이와 티브이조선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 방심위 제공
|
가수 정준영의 동영상 불법 촬영을 둘러싸고 2차 피해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은 종합편성채널(종편) <채널에이>와 <티브이조선>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의견진술을 받게 되었다. 의견진술은 통상적으로 강경한 제재인 법정제재를 내리기 전에 밟는 절차다.
방심위는 2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인권보호 조항을 위반해 긴급 안건으로 올라온 정준영 관련 보도에 대해 제작진 의견을 듣는 ‘의견진술’로 다수의 결정을 내렸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은 각각 ‘문제없음’ ‘의견제시’ 등의 소수 의견을 냈다.
채널에이의 메인뉴스인 <뉴스에이>는 지난 12일 저녁에 전날 <에스비에스>(SBS)가 공개한 정준영의 불법 촬영건에 대해 ‘단독’을 붙여 ‘정준영 몰카 피해자에 걸그룹 1명 포함’이라는 제목에 2000년대 후반 결성한 걸그룹이라는 등 피해자를 유추할 수 있는 구체적 정보를 적시해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또 티브이조선의 시사프로그램인 <보도본부 핫라인>도 피해자로 거론된 여성 연예인들의 얼굴 사진을 그대로 방송해 비판을 받았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이날 이들 방송이 2차 피해를 가하지 말자고 하면서 정작 방송 화면과 내용이 2차 피해를 유발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방송심의규정 21조(인권보호) 1항인 ‘방송은 부당하게 인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조항의 위반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윤정주 심의위원은 “지라시를 통해 피해자가 나오기는 했으나 채널에이 보도를 통해 언제 결성된 그룹인지 등이 특정되고 많은 여성 연예인 이름이 거론되며 실명이 더 돌아다녔다. 누구 동영상 없는지 에스엔에스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며 “채널에이의 취재기자가 해당 부분을 빼고 가자고 했으나 방송사 쪽에서 그냥 강행했다고 하는데 의견진술을 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또 티브이조선에 대해서도 “언급된 연예인이 아니라며 2차 피해를 막으려는 보도 취지는 좋은데 피해자일 수 있는 사람들의 이름과 화면을 적나라하게 내보낸 것이 문제다. 그 이후에 한 걸그룹 멤버가 울면서 다녔다. 2차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합성된 얼굴이 유포되고 있는 것도 심각하다. 좋은 의도로 방송했어도 결과적으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어 중하게 본다. 의견진술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심영섭 심의위원도 “본인은 아니라는 데도 치욕적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 연예인들로 암시를 주는 것은 명예 살인이다. 모두 의견진술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야당 추천위원들은 방송사 쪽을 고려한 의견을 냈다. 전광삼 위원은 “채널에이의 보도는 이미 에스엔에스에서는 특정 그룹이 실명으로 퍼나르기가 확산되었을 때이다. 2000년대 후반에 결성된 그룹이 하나도 아니고, 특정그룹이라고 지칭한 것은 아니다. 경찰 자료나 제보를 바탕으로 썼을 것이다. 이런 것을 문제 삼으면 뭐를 보도하라는 것이냐”며 ‘문제없음’ 의견을 밝혔다. 티브이조선건에 대해서도 “소속사에서 ‘우리 연예인 아니다’라는 자료를 내어 강력하게 법적 대응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낸 것은 홍보하라는 이야기인데 방송사를 문제삼는 것은 지나치다”며 역시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박상수 심의위원도 “채널에이의 경우, 2차 피해 우려된다고 하는데 걸그룹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티브이조선은 연예인 소속사들이 보도자료를 내면서 허위사실을 밝히는 내용을 방송한 것으로 근거가 있는 방송이었다. 다만 오인할 소지가 있다”며 ‘의견제시’를 주장했다. 의견제시는 경징계인 행정제재이다.
방송소위의 위원장인 허미숙 위원장은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프레임을 거론하며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취지는 공익 목적이었다고 해도 의도와 달리 일반인들은 특정해서 보게 된다. 의견진술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밝혀 3대 2로 의견진술로 결정되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