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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06 09:22 수정 : 2019.03.06 17:37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준일 ‘뉴스톱’ 대표 인터뷰
팩트체크 전문매체로 2017년 출범
전문가·학계·시민사회단체와 협업
사회적 이슈들 투명한 검증 작업
“종이신문 원고 7~8매 분량 안 읽혀
달라진 플랫폼 맞는 디지털 전략을”
공약이행 검증 ‘문재인미터’ 운영중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 언론은 ‘혁신병’에 걸려 있다. <뉴욕 타임스>의 혁신보고서(2014년)는 철저한 자기 고민의 결과물인데, 정작 (그걸 추종하는) 한국 언론은 디지털 시대에 무엇을 위한 혁신인지가 빠져 있다. 방향성 없는 혁신은 공허하고 맹목적이 된다. 옳고 그름을 따져 신뢰를 쌓아가는 혁신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의 김준일 대표가 짚은 우리 언론의 현주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종이신문 등 전체 정기간행물은 1만8670개. 이 가운데 인터넷신문은 8136개(3월5일 현재)로 대략 하루 6만여개의 기사가 쏟아지는 정보 과부하 시대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허위정보도 급속도로 전파된다. 혼란스러운 미디어 환경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올바른 정보 전달을 기치로 2017년 출범한 뉴스톱의 김준일 대표를 지난달 28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미디어 팩트체크 전문가인 그는 본래 신문기자 출신이다. 2001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10년간 일한 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신문산업의 생존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오클라호마대학에서 저널리즘으로 박사과정을 밟으며 2012·2016년 미국 대선 때 팩트체킹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것을 목도했다. “당시 미국 대선 후보들 토론에서 <팩트체크닷오아르지>(factcheck.org), <폴리티팩트>(politifact.com)와 <워싱턴 포스트>의 팩트체크 코너 등 미국의 3대 팩트체크 매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봤다. 거짓말 공방이 횡행하는 한국 정치에도 팩트체크 미디어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이라는 답을 얻고 2016년 귀국했다.

뉴스톱의 팩트체킹 대상은 정치·역사·과학·국방·노동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한다. 환단고기 위서, 수소차·수소경제 논쟁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와 학계·시민사회단체와 제휴·협업하고 있다. 김 대표는 “뉴스톱에서 활동하는 객원 전문가 팩트체커가 현재 40여명이다. 앞으로 최소 100명에서 200명으로 확대하여 촘촘하게 검증하는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톱이 내세우는 기사작성의 기본 원칙은 △비당파성과 공정성 △자료 출처의 투명성 △재원 및 조직의 투명성 △기사 작성방법의 투명성 △기사 수정의 투명성 등이다. 이 원칙은 2015년 출범한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의 5대 규정이다. 그는 “투명성이라는 단어가 반복된다.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 신뢰를 쌓기 위한 제일 중요한 덕목이 바로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톱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의 에스엔유(SNU)팩트체크센터 회원사 27곳 중 하나로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독자들은 팩트체크를 하는 언론을 좋아한다. 신뢰자본 제고에 도움이 되고, 정책 결정자에게도 참고자료가 된다”고 역설했다.

위기의 종이신문도 진단했다. 그는 “종이신문의 좋은 콘텐츠를 파편화시키지 말고 디지털에서 어떻게 입체적으로 엮을지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에선 짧거나 긴 기사가 가장 잘 읽힌다. 종이신문의 전형적인 원고지 7~8매 분량은 가장 안 읽힌다. 달라진 플랫폼에서 문법을 바꾸는 통합적 디지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뉴스톱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검증하는 프로젝트 ‘문재인미터’도 운영하고 있다. 언론이 공약 이행에 관심을 가져야 허무맹랑하거나 비현실적인 약속이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재인미터는 미국의 ‘오마바미터’나 ‘트럼프미터’를 참고한 것으로 ‘평가 안됨-지체-진행중-변경-파기-완료’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는 “아직 임기가 많이 남기는 했지만 제대로 완료된 것은 2%에 못미칠 정도로 미흡하다. 취임 2주년을 맞는 5월 전에 이행률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톱 운영에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돈이다. 창간 초반 2년 동안은 수익보다 신뢰쌓기에 우선점을 둬왔다. 네이버·구글 등에서 프로젝트를 받아 운영비로 쓰고 있지만 상근자 6명의 월급과 객원 전문가들에게 주는 원고료도 빠듯한 상황이다. 이에 4월부터 공공저널리즘으로서 후원 모델과 공익재단의 펀딩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광고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자산인 전문가들의 강연 등 지식 저널리즘을 확장시키는 사업도 검토 중이다. 그의 실험은 조금씩 인정을 받고 있다. 200여명 언론학자들로 구성된 미디어공공성포럼은 지난 1월 “허위정보에 맞서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며 2018년 언론상 수상자로 뉴스톱을 선정했다.

과연 클릭 수에 목 매는 한국 저널리즘 생태계에서 팩트체크 매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루에 기사 1000건을 생산하는 언론에 비해 2~3건을 내보내는 뉴스톱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는 “대부분 기사는 1건 읽는 데 10초라면 뉴스톱 기사는 100초 정도 소요된다. 실패하더라도 독하게 퀄리티 저널리즘을 추구했다는 교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공격적인 팩트체크에도 불구하고 거짓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팩트체크가 만병통치는 아니지만 지속적 검증으로 정치인들 거짓말 횟수가 8% 줄었다는 결과가 있다. 미디어의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언론이 팩트체킹에 나서야 한다.”

<뉴스톱이 준수하는 팩트체킹 5가지 원칙>

1. 초당파성과 공정성

2. 자료 출처의 투명성

3. 재원 및 조직의 투명성

4. 방법론의 투명성

5. 개방성과 정직한 수정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원칙과 동일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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