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5 10:35
수정 : 2019.02.1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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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방송된 <문화방송>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킬빌>의 한 장면. 무대 배경에 ‘I♥몰카’라는 문구가 보인다. <킬빌>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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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파악도 못한 채 14일에 뒤늦은 사과
한사성 “MBC, 왜 책임져야 하는지 공감 못해”
15일도 ‘화면에 산이 의도 반영 안됐다’ 재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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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방송된 <문화방송>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킬빌>의 한 장면. 무대 배경에 ‘I♥몰카’라는 문구가 보인다. <킬빌>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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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배경에 ‘I♥몰카’라는 글씨를 새긴 래퍼 산이의 무대를 그대로 내보낸 <문화방송>(MBC)이 뒤늦게 시청자와 산이 쪽에 사과를 했다.
지난달 31일 저녁 문화방송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킬빌>에서 산이는 자신의 신곡 ‘워너비 래퍼’(Wannabe Rapper)를 불렀다. 이 곡에는 “여잘 왜 혐오해 (no no no)/ I’m feminist (u know)/ I love them ladies”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산이가 “I’m feminist”라는 소절을 부를 때 무대 뒤에 마련된 스크린에는 ‘I♥몰카’라는 문구가 양쪽에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문화방송은 14일 저녁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킬빌> 공식 누리집 시청자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려 “공연 중 ‘I♥몰카’란 표현이 1초간 무대 배경에 노출되었다”며 “제작진이 사전 시사를 하였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방송에 부적절한 표현이 걸러지지 않고 방송된 점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겠다”고 했다. 또 15일 저녁에는 킬빌 제작진이 “해당 장면에 대해 재차 확인한 결과, 논란이 된 문구는 화면 편집 과정에서 의도와는 다르게 후속 화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발생하였음이 확인”되었으며 “산이씨 측이 준비한 배경화면에는 ‘I♥몰카’ 부분에 붉은 X자 표시가 되어있었으나, 카메라 샷이 바뀌면서 X자가 표시된 화면이 방송 화면에 노출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티스트의 표현 의도가 화면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아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게 되었다”며 “산이씨와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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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산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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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해당 장면이 보도된 뒤 시청자들은 불법촬영이라는 중대한 성범죄를 희화화했다며 산이를 비판했고 이를 그대로 내보낸 문화방송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범법행위를 하트까지 붙여 송출한 것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방송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an****)이라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방송 관계자는 14일 오전 <한겨레>에 “무대를 꾸미고 콘셉트를 정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만들고 있다”(
▶관련기사: 산이, ‘킬빌’ 무대서 ‘I♥몰카’…MBC “아티스트 의견 존중” 황당 해명)는 황당한 해명을 해놓기도 했다. 문화방송은 이 해명이 나온 지 반나절 만에 돌연 입장을 바꿔 시청자에게 사과문을 냈고, 또다시 하루가 지난 뒤 산이 쪽의 의도를 제대로 화면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산이와 시청자에게 사과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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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이 14일 저녁 올린 사과문.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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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방송은 물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내놓은 14일 첫 사과와 15일 거듭된 사과 입장을 내놓은 과정 자체가 문화방송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방송이 내놓은 첫번째 사과와 관련해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대표는 “본인들이 왜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하는지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짧은 사과문을 올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문구가 왜 잘못됐는지를 쓰는 대신 ‘부적절한 표현’이라고만 언급한 것에 대해 서 대표는 “불법촬영, 여성폭력 등의 사회적 어젠다들이 본인들이 다루는 콘텐츠와 전혀 무관하다는 태도”라며 “지상파 방송은 사회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중요한 책임이 있음에도 너무 간단히 사과하고 말았다. 진정성에 의심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대표는 ‘(문제의 문구가) 1초간 노출되었다’고 쓴 부분에 대해서도 “리허설이라든가 방송을 준비하면서 (문제의 문구를) 확인할 과정은 충분히 있었다”고 꼬집었다. 한사성은 지난 13일 공식 트위터에 글을 올려 “‘I♥몰카’라는 글자가 래퍼 산이의 무대를 장식했다. 한국은 아직 불법촬영 및 유포를 취향으로 소비하는 것에 대해 공공연하게 말할 수 있는 나라”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래퍼 산이는 지난해 11월16일 발표한 ‘페미니스트’(FEMINIST)에서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저쩌구 fucking fake fact”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 가냐. 왜 데이트할 땐 돈은 왜 내가 내. 뭘 더 바래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 대체 왜. Oh girls don’t need a prince 그럼 결혼할 때 집값 반반 half” 등과 같은 혐오 가사를 담아 비판받은 바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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