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3 13:44
수정 : 2019.02.13 22:19
서울대 보고서 ‘박근혜·문재인정부 지상파 평가’ 토대로
조선, ‘공정성 잃은 지상파’ 연재물 사흘간 1면 보도
이틀간 발주처 밝히지 않다가 뒤늦게 공개
“독립적 연구” 주장하나 보도 신뢰성에 흠집
<조선일보>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11~13일 사흘 동안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를 내보낸 가운데 보고서 발주처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로 드러나 공정성을 잃은 보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11일치 ‘지상파 라디오들 문정부에 주파수’(1면), ‘김용민·김어준 문정부 일방적 옹호, KBS 진행자는 청와대 입성’(5면)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지상파 프로그램의 편향성이 커졌다는 ‘공정성 잃은 지상파’ 연재를 시작했다. 이 연재 기사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 이후 시사프로그램들의 ‘정부 변호적’ 성향이 이전 정부에 비해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보고서의 책임 연구자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보고서에 발주처를 밝히지 않았고, 조선일보도 11~12일엔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이 발주처와 관련해 취재에 들어가자 윤 교수는 12일 오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홈페이지에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총연구비는 3000만원이고 연구인력은 8명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13일치 연재에 윤석민 교수를 인터뷰해 이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윤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조선일보 지원을 받았지만 “엄정하고 독립적 연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지원한 연구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권위를 상징하는 서울대에서 자체 연구한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신뢰성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보가 신뢰를 받으려면 데이터 생산자와 발주처의 관계가 공정하고 독립적이며 투명해야 하기 때문에 정파적 목적이 개입됐다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외부에서 수주받아 하는 학계 연구가 발주처가 누구냐에 따라 연구방향이나 내용이 달라지는, 좋지 않은 관행이 있다. 형식적으로 보면, 객관적이라고 주장하나 큰 그림에서 보면 발주처의 취지, 정치적 성향을 비슷하게 따라간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윤석민 교수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연구 결과 공개를 앞두고 한국언론학회와 한국방송학회에 공개토론회를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말한 데 대해 “정파적 목적에서 발주한 조사를 학회 이름으로 공인하는 것은 거부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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