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자생적으로 처음 만들어져 운영되는 신문공동배달업체 (주)한성신문서비스 직원들이 서울 충정로 서소문공동배달사무소에서 배달할 신문을 분류하고 있다. 이종찬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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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관리 효율적 높아지니 거품 부수 빠져도 수익은 그대로
11월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 신문유통원(원장 강기석)의 주요 사업은 신문 공동배달이다. 공동 배달망을 구축해서 여론 유통을 좀더 활성화하고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배달비용을 줄여 신문사 경영에도 도움을 주려 한다. 정부는 공배센터 50여곳을 세우려는 신문유통원에 예산 100억원을 책정했다. 그런데 정부가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추진중인 공동배달을 소리없이 이뤄낸 지국들이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자체 공동배달을 시행중인 서소문 지역의 10개 신문지국들(38개 매체 배달)이다. 지난 9일 오후 이들이 공동배달 회사 ㈜한성신문서비스를 만들어 운영중인 서대문구 충정로 3가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 곳에서 이 회사 대표이자 <문화일보> <세계일보> 등 지국장인 홍원영(46)씨와 최준식(32) <한겨레> <조선> <한국경제> 지국장을 만났다. 한겨레·조선 등 38개 매체 배달 서소문 지역 10개 지국장들이 공동배달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첫째가 배달원 관리 문제였다. “배달원을 구하기가 힘들었고 비용도 많이 들었으며 일부는 속도 썩였습니다.” 배달원들이 게으름을 피다가 신문을 배달하지 않고 파지 처리하는 일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게다가 가판업자들이 사무실·관공서가 많은 이 지역을 파고 들어 지국 시장이 점점 축소됐다. 이 때 총대를 멘 이가 홍원영 지국장이었다. 홍 지국장은 2003년 1월 이 지역 지국장들의 친목을 위해 서소문 지국장 협의회를 만들었고, 이듬해 1월에는 공동배달 문제를 처음 꺼냈다. 여기에 이 지역 배달량의 40%를 보유한 최준식 지국장이 적극 참여해 힘을 실었다. 처음엔 일부 지국장이 반대하기도 했으나, 곧 ‘한 번 해보자’며 모두 큰 흐름에 동참했다. 어려움은 지국들의 망설임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본사쪽의 태도가 걱정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지국들의 사정을 알고 ‘공배하더라도 부수를 유지하라’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공동배달 자체가 처음이어서 모든 것을 새로 만들면서 추진해야 하는 점이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3월엔 서소문 지역 안 8개 블록(소지역) 가운데 3개 블록에서 공배를 시범 실시했고, 불과 한달 만에 8개 모든 블록에서 공배가 이뤄졌다. 불배 강투 사라져 독자도 만족 “물론 오랜 신문사별 지국 관행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지국장들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과 갈등, 의심을 넘어 자리잡는 데 6개월이 걸렸습니다. 혹시 공배를 주도하는 지국이나 대형 지국이 시장을 다 먹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죠.” 그런 걱정은 각 지국들의 부수에 큰 변화가 없고, 배달이 공정하게 이뤄지자 점차 씻겼다. 이런 흐름은 2005년 2월, 지국들이 함께 투자해 100평이 넘는 현재의 공동배달 작업장과 사무실, 주차장을 마련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국장들간의 신뢰는 무리한 판촉을 자제하게 되는 효과까지 거뒀다.공배제의 성과는 독자들의 반응에서도 즉각 나타났다. “예전엔 아침이면 이 신문 저 신문이 어지럽게 각 사무실 앞에 쌓여 있었으나 공배 딱지(스티커)와 띠(밴딩)로 깨끗이 묶인 신문이 배달되자 독자들이 좋아했습니다.” 불배(배달 안됨)가 사라졌고, 신규 구독이나 구독 중지에서도 억지가 사라졌다. 또 배달 업무가 블록별로 집중되자 배달원은 25명에서 17명으로, 관리인력도 12명에서 5명으로 줄어 비용이 절감됐고 인력 관리가 수월해졌다. 무가지·강제투입지가 사라지면서 전체 2만2천부가 1만5천부로 거품이 빠졌지만 효율이 높아져 지국들의 수입은 예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국간 신뢰·본사 동의 관건 그러나 공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신문 산업 자체가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것은 공배제로도 지국장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대목이다. “예전에는 지국이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였는데, 이제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죠. 신문 구독료라도 인상하면 숨통이 트일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배달 업무를 넘긴 지국장들이 판촉과 수금 외에 할일이 없어졌다는 것이 좋고도 나쁜 일이다. 그래서 지국장들은 새 지국 인수나 다른 사업 진출 등을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배제가 자리잡으면 아무래도 지국 숫자는 줄어들겠죠.” 이들은 지난 11월 출범한 신문유통원에 대해 말 그대로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이들이 성공한 공배제를 유통원이 전국에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배제를 하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정부가 이를 지원하고 독려한다면 그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죠. 그러나 지국들로서는 본사의 동의가 유통원 참여의 관건입니다. 본사를 설득해야 합니다.” 얼마 전엔 여의도 지국들이 서소문에 이어 자체 공배제를 추진했으나, 일부 본사가 ‘공배제 하면 직영하겠다’고 엄포를 놔 물거품이 된 일도 있었다. 특히 이들 자생적 공배제의 성공은 기업·관공서 독자가 많고(95% 이상) 여러 매체를 함께 구독하는 서소문 지역의 특성에 힘입은 바가 컸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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