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도 진보진영 비판해야죠 그게 애정입니다 ‘홍세화가 만난 한겨레 큰지킴이’ 참교육 학부모회 박경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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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창간] 홍세화가 만난 한겨레 큰지킴 - 참교육 학부모회 박경양 회장
몇 해 전만 해도 “한겨레 뭐가 좋아요?”라고 물을 때 ‘교육’면을 꼽는 독자들은 드물었습니다. 최근엔 자주 듣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겨레 큰지킴이를 자임하고 나선 이들 가운데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한 시민사회 단체에서 20여명 가량 참여한 곳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가 유일합니다. 홍세화 제2창간운동본부 독자배가추진단장이 서울 냉천동 참교육 학부모회 사무실에서 박경양 회장을 만났습니다. 홍세화 전교조 선생님 그만 보겠다는데
박경양 비판 좀 한다고 ‘이혼’ 하겠대서야
홍세화 지지는 허약하고 비판은 매섭죠
박경양 그렇게 돌아서면 ‘진보’ 죽습니다 홍세화=일찍 찾아뵈어야 하는데 좀 늦었습니다. 참교육 학부모회 회원들께 정말 감사 드립니다. 박경양=‘참학’ 회원들은 한겨레를 살찌우는 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참학을 살찌우는 길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겨레 영토 넓히기에 동참한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교육을 바꾸고 진보적인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교육정책에 반영시키고 싶지만 우리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의 언론 지형에서는 한겨레가 이런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고 함께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참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진보 역량이 제대로 된 진보 언론을 키워야지요. 한겨레가 조·중·동 셋에 맞설 수 있는 부수와 영향력을 갖는다면, 변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겠지요. 보수언론 전교조 일방 매도 홍세화=아무래도 교육면을 꼼꼼히 보실 텐데 어떻습니까? 성에 차지 않을 때도 많지요? 요새 전교조 선생님들을 만나면 교원평가제 보도와 관련해 따끔한 얘기들을 많이 듣습니다. 박경양=교육 관련 기사가 많아져서 좋긴 합니다만, 공익성이나 중요도 면에서 다른 분야 기사에 비해 훨씬 중요한 교육 기사가 덜 비중 있게 다뤄질 때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시기적으로 논술 정보 같은 것도 필요하겠지만, 교육을 바로 보고 고민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한겨레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개혁성, 진보성 아닙니까. 한겨레가 ‘오른쪽’으로 가더라도 보수층이 한겨레를 구독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개혁을 바라고 진보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 다른 신문과 차별성이 읽힐 때 한겨레를 집어드는 이들이 늘지 않을까요. 전교조의 서운함에도 그런 것이 배어있을 것 같은데요.
홍세화=전교조 쪽은 한겨레가 교원평가제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참학도 교육개혁이라는 큰 틀에서는 전교조와 동반자 관계지만, 교사와 학부모라는 점에서는 다른 측면도 있을 수 있을 텐데요? 박경양=참학은 교원평가제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합니다. 우선 학교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견딜 수 없는 부적격 교사가 극소수나마 있습니다. 평가제가 이런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또 평가를 통해 교사들의 열정을 자극하고 교사들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면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전문가들이 얘기해야죠. 평가제를 통해 이런 성과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를 얘기한 겁니다. 다른 방식을 통해 학부모들의 이런 요구가 채워질 수 있다면 교원평가제를 주장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교육부 평가안을 보고서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참학은 교육부 방안보다는 전교조의 대안이 교원 전문성 강화에 도움될 것이라 판단하고 가능한 한 전교조 안을 채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전교조가 어떠한 평가도 받을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처럼 왜곡하면서 집중 공략했습니다. 이럴 때 제대로 말하는 언론이 절실합니다. 교육부 방안의 함정은 뭐냐, 그것으로 학부모·학생들이 바라는 교사의 열정, 전문성 향상을 기할 수 있느냐, 전교조가 제시한 방안은 어떤가 등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하는데, 한겨레가 이런 몫을 제대로 못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홍세화=저는 이렇게 봅니다. 우선 학교가 민주적 공간이 돼야 합니다. 학교는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을 길러내는 곳이고, 학생들에게 민주시민 의식과 공공성의 가치를 심어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 만큼 교육 공간이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구조는 건물 구조가 그렇듯이 일제 때와 큰 차이 없습니다. 교육의 세 주체인 학생·교사·학부모가 학교의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교장은 봉건 영주처럼 군림하고 권위적인 의식이 그대로 관철되고 있죠. 민주적 공간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교원평가제에 대한 찬반을 말하기 전에 전제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경양=저도 동의합니다. 그래서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교사회 등이 법제화되고 교장 선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다만, 전교조는 이를 선행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이고 참학은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쉬운 과제가 아닌 만큼 앞과 뒤는 융통성 있게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학교가 바뀌어야 교원평가제가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홍세화=참 어렵습니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배반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한겨레를 그만 보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겨레가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우선 두들겨 맞을 몸집부터 만들고 때려줬으면 합니다. 박경양=진보세력의 견해를 대변할 수 있는 언론은 한겨레밖에 없는데 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건마다 신문을 끊겠다고 하면 한겨레를 망하게 하는 게 아니라 진보언론을 죽이는 길입니다. 비판하고 격려하고 때론 갈등을 빚을 수도 있지만 극단적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홍세화=지지를 기반으로 비판이 있어야 하는데 지지는 허약하고 비판은 매섭습니다. 미흡하더라도 같이 가지 않으면 결국은 조·중·동의 헤게모니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한겨레를 구독하는 분들,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대변하는 분들은 많지 않으면서 너무 까다로워 곤혹스러울 때가 많아요. 부부가 자주 싸우더라도 너무 쉽게 도장을 찍겠다고 하면 안 되잖아요. 프랑스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보니 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급운영위원회가 학생들의 유급 문제까지 참여하더군요. 학부모들이 모여 학급 대표와 대의원을 선출하고, 학교와 학구 임원들을 선출합니다. 학교가 기본 단위가 되는 거죠. 부적격 교사는 평가 제도에 의한 퇴출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로 해결합니다. 이번 파문에 정부에 일정한 책임이 있습니다. 본질을 비켜가면서 결국 전교조가 뭇매를 맞도록 만들었죠. “때리기전에 맷집 좀 키워주세요” 박경양=교육개혁과 관련해 참여정부에 할 말이 많습니다. 과거 군사정부나 권위주의 정부는 기대할 것이 없어 조금만 따내도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느꼈습니다. 현 정부는 많은 것을 약속해놓고 과거 정부와 큰 차별성을 느낄 수 없으니 참여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던 진보세력들이 절망감을 갖게 된 것 아닙니까. 보수진영은 조선일보에 묻지도 않고 무조건 동의하고 지지합니다. 맹신적이죠. 한겨레도 진보 진영을 비판해야 합니다. 제대로 가도록 애정이 어린 비판을 해야 합니다.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죠. 맘에 안 든다고 ‘이혼’하는 게 아니라 애정어린 비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홍세화=비판을 주고받는 게 당연하고 그게 한겨레 독자들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장점이 ‘이혼’ 사유가 돼 버리니 곤란한 거지요. 참여하지 않는자 비판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선 건강한 시민사회의 역량들이 일단 한겨레의 맷집부터 키워줘야죠. 학부모 운동도 때론 어려움이 많지요? 박경양=전국의 지회가 40곳, 회원은 1만명 정도 됩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상당히 큰 조직이지요. 그런데 시민사회단체 내부에는 학부모 운동을 좀 우습게 보는 경향도 일부 있습니다. 자신들도 학부모이고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아이가 학교에 가면 교육문제를 고민하면서도, 학부모라는 집단은 탐욕적이고 이기적이고 비교육적일 것이라고 보고 학부모 운동을 바라볼 때도 그런 오해가 투영돼 있습니다. 바꿔 나가야죠. 그리고 참학의 주요 활동이 그동안 거대 정책 중심이었다면 이제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상적인 교육 사업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홍세화=어쨌든 참교육 학부모회가 바라는 교육과 한겨레가 지향하는 교육 가치는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리 김보협/제2창간운동본부 bhkim@hani.co.kr 사진 김경호/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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