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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31 05:00 수정 : 2018.10.31 09:58

미디어 전망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허위조작 정보는 보호받아야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한 이후 정부·여당은 강력한 가짜뉴스 규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빚지 않으려면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페이크 뉴스(fake news)는 오보, 거짓정보, 루머·유언비어, 패러디·풍자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용어이다. 그런데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이를 가짜뉴스로 번역하고 뉴스 생산자(언론사, 개인)를 기준으로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구분한다. 가령 신문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언론사가 아닌 모종의 주체가 마치 언론사가 생산한 기사인 것처럼 의도적·악의적으로 날조한 것”이 가짜뉴스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취재보도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오보와 외견상 기사의 형태를 띤 가짜뉴스는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오보는 해석상의 단순 착오에서부터 불공정보도, 과장보도, 허위 및 날조보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하위 개념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황용석, 2017). 객관성의 원칙에 충실한 언론과 특정 정치세력을 편드는 정파적 언론이 말하는 오보의 개념적 의미가 같을 수 없다. 즉 뉴스·정보 생산자를 기준으로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가짜뉴스 범주에서 언론보도를 제외해야 한다는 언론이익단체의 주장은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왼쪽부터), 조명균 통일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0월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가짜뉴스’ 등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적극 수사하고 처벌 방안을 마련하는 등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둘째, 가짜뉴스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이용했다는 응답률은 13.4%로 텔레비전(85.5%) 모바일인터넷(73.2%) 종이신문(16.7%)보다 아주 낮다. 정치사회 이슈에 관한 여론 형성과정에서 가짜뉴스가 전통미디어나 인터넷신문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유튜브 상의 가짜뉴스에 노출된 강한 보수 성향의 노년층이 정치적으로 극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언론의 문제제기(<한겨레> 기획기사)는 타당하지만 여론에 유의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일부 정치인의 주장은 지나치다.

인터넷뉴스 이용자의 85.6%가 포털사이트 첫 화면의 뉴스 제목을 클릭해 뉴스를 이용하고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포털을 방문한 경우 이용시간의 36.2%를 뉴스 읽기에 소비하는 현실(<2017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을 감안한 가짜뉴스 피해 예방책 논의가 필요하다. 인터넷신문이 보도자료의 전문을 인용 혹은 일부를 수정한 후 자기 바이라인을 달아 보도하고 종이신문 뉴스를 재가공하여 뉴스를 생산하는 현실, 그리고 포털은 전통미디어와 인터넷신문이 제작한 뉴스를 단지 배열하는 매개자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좋은’ 뉴스는 식견을 갖춘 유권자들을 양성하고, 식견을 갖춘 이들은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는다. 주류언론은 의도를 갖고 현실을 왜곡하거나 갈등 당사자의 입장을 균형있게 다루지 않고 특정 입장을 편드는 보도 대신 다양한 관점을 담은 뉴스를 제공해 독자가 식견을 갖추도록 돕고, 포털은 저널리즘의 공적 가치를 반영하는 뉴스 배열 알고리즘을 채택하여 방문자들이 ‘좋은’ 뉴스에 우선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좋은’ 뉴스 생산이 곧 최선의 가짜뉴스 피해 예방책이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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