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10.23 16:00 수정 : 2018.10.25 10:00

열악한 방송노동환경 실태 고발뒤
세상 떠난 지 2년맞아 다양한 추모행사
52시간제 도입으로 개선 조짐 보이지만
주연배우·작가 위주 시장 구조 등에 밀려
초장시간 노동 여전 ‘워라밸은 남의 일’

“요즘 이한빛 피디를 아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저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오는 26일은 <티브이엔>(tvN) 드라마 ‘혼술남녀’ 의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피디가 드라마 제작 현장의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실태를 고발하고 스스로 세상을 떠난 지 꼭 2년을 맞는 날이다. 이를 맞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사가 몰려 있는 서울 상암동 일대에서 ‘방송계 초장시간 노동 이제 그만’ 캠페인을 비롯해 다양한 추모행사를 벌이고 있다. 22일엔 <문화방송>(MBC) 앞에서, 23일엔 <제이티비시>(JTBC) 앞에서 점심시간 전후로 ‘12시간 일하고, 12시간은 쉬자’라고 적힌 스티커나 배지를 나눠주며 노동시간 단축 홍보에 나섰다. 남들은 하루 8시간 일하며 ‘워라밸’을 추구하는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주장으로 들리는 이 캠페인은, 최소한 쪽잠자는 일상만큼은 떨치자는 눈물겨운 제안이다. 추모 행사는 25일엔 ‘이한빛 피디 죽음 이후, 드라마 제작현장 2년의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26일 저녁엔 추모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한빛 피디의 죽음 이후 대책위를 꾸려 방송노동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이끌었을까.

탁종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소장은 23일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과거와 달리 방송사나 제작사가 전체 스태프와 협의하는 부분이 늘었다는 점에서 일부 변화 조짐은 있다. 그러나 협의 과정에서 하루 16시간 이상 촬영하면 초과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 이는 불법일 뿐 아니라 장시간 근무의 명분을 주고 있다”며 우려했다.

<오시엔>(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의 경우, 열흘째 촬영중이었는데 일일 16시간을 넘기면(휴게시간 포함) 초과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 과거 제작사들의 일방적인 장시간 촬영 강행에서 방송스태프들과 협의에 나선 것은 진전이지만 제작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연속 촬영하는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인 드라마 제작에서 촬영 전부터 협의에 나서야 제대로 된 개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연기자-작가 중심의 방송시장 구도도 장시간 촬영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림돌로 거론된다. 탁 소장은 “연기자들이 전체 촬영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외면한다. 지난 8월 제보가 들어와 현장에 나가보니, 주연배우가 자기 스케줄만 고집하면서 (A·B조로 나뉜 제작팀 중) B팀과의 촬영을 거부하고 있었다. 작가들 또한 촬영 일정에 아슬아슬하게 대본을 내기 때문에 늘 촬영 시간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사전 제작제를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만 쪽대본으로 늘 촬영시간이 초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탁 소장은 ‘52시간제’ 도입으로 장시간 노동 단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제작사들은 인식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제보가 들어오면 내부 협의를 통해 개선 방식을 찾겠지만 제작사들도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제작사들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