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0 11:43
수정 : 2018.10.10 15:44
추혜선 의원, 드라마 촬영일지 공개
7월 이후에도 하루 평균 18시간 이상 일해
“쪽대본 폐지 등 노사정협의체 구성을”
우리 사회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추구하며 노동시간 단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드라마 제작현장의 장시간 노동문제는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방송 스태프의 제보를 받아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촬영일지를 10일 공개했다.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드라마 '오늘의 탐정'은 1주일간 총 촬영 시간이 73시간으로 하루 평균 18시간이었다. (9월27일 20시간30분, 28일 16시간50분, 29일 19시간50분, 30일 15시간50분) 또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도 나흘간의 촬영 중 사흘을 20시간이 넘도록 몰아서 촬영(9월30일 21시간30분, 10월2일 15시간30분, 3일 20시간04분, 4일 20시간50분)해 주 68시간을 초과할 뿐 아니라 '몰아찍기' 편법으로 노동조건은 되레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추혜선 의원은 “하루 20시간 연속노동은 산재와 각종 질환 발생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주 68시간 시행의 결과가 오히려 방송 스태프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어 언제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장시간 노동 실태는 방송스태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앞서 외주제작·비정규직 중심의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설문조사 전문업체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방송스태프 2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된 7월 1일 이후에도 스태프들의 일평균 노동시간은 17.7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월 이전의 일평균 19.4시간과 견줘 줄어들기는 했지만 장시간 노동 관행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겠다.
추 의원은 방송제작사와 스태프 간 턴키계약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스태프 개개인이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팀별 감독과 제작사가 세부 항목도 없이 총액만을 계약해 노동자인 감독들에게 사용자 책임을 전가하면 스태프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턴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가 최근에 참여한 드라마의 계약 형태를 조사한 결과, 용역 도급 턴키계약이 39.9%로 가장 많고 계약서 없이 구두계약을 하는 경우도 26.8%로 그 뒤를 이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10%에 그쳤다. 개별 근로계약 체결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드라마 제작현장의 관행’이 70.6%, ‘제작사의 요구’ 21.0% 등의 답변이 나왔다
반면 스태프들 중 89.7%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제작사와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 의원은 “정부 부처의 개별적인 개선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증거”라며, “사전제작 환경 마련, 쪽대본 폐지 등 실질적인 개선 방안 논의를 위해 현장 스태프를 포함, 제작사와 방송사, 정부 관계부처까지 함께하는 노사정 협의체가 이른 시일 내에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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