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03 04:59
수정 : 2018.10.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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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규 ‘통일티브이’ 준비위원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방송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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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규 ‘통일TV’ 준비위원장
“보수·진보 모두 북한 참모습 몰라”
국민주 방식 자본금 100억원 모아
내년 3·1절 100돌 기념맞춰 개국
북한 사회문화 보여주는 영상 방송
남한 언론사 최초 ‘평양사무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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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규 ‘통일티브이’ 준비위원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방송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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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국인 우리나라에 통일 관련 채널이 하나도 없다. 이러니 보수든 진보든 북에 대해 너무 모른다. 아직도 헐벗고 굶주렸던 ‘고난의 행군’시대인 줄 안다. 이에 비하면 북은 남쪽에 대해 100배는 더 알고 있다. 북한을 좀더 잘 알게 하고 남북의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여 통일을 앞당기는 방송이 되도록 하겠다.”
내년 3.1절 100주년에 맞춰 개국할 예정인 <통일티브이>의 준비위원회가 지난달 19일 출범한 가운데 준비위원장을 맡은 재미 언론인 진천규씨를 한겨레신문사에서 최근 만나 방송 준비상황과 계획을 들어봤다.
<한겨레> 사진기자 출신의 진천규 위원장은 2001년 미국 이민을 택해, <미주한국일보> 등에서 활동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여러차례 북한을 다녀왔다. 그는 북한의 최근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타커스)를 펴낸 바 있다. 그가 공개했던 북한의 변화 양상은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국적은 한국이지만 미국 영주권자이기에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 남한 기자보다 수월했다. 스스로 ‘평양 순회특파원’이라고 이름붙여 북한을 자유롭게 취재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남북한 양쪽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토로했다. “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남쪽에선 ‘북한 체제 선전하는 것 아니냐’. 북쪽에선 ‘우리 기밀을 빼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벼량끝 심정이었다. 평생 살아온 기자 정신을 유지해 정확하게 취재·보도하는 것만이 살 길이었다.”
그가 사진과 동영상 등으로 북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자 한국 언론에 불신이 컸던 북에서도 그에 대한 믿음이 쌓였다. 평양뿐 아니라 그가 원하는 장소는 어디든 허락하고 검열도 없다. 항상 안내원과 함께 다니지만 취재활동 운신의 폭은 갈수록 넓어졌다.
진 위원장은 북한을 알면 알수록 남한 시민들이 좌우를 막론하고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분단 고착세력들에 의해 북한의 경제력이 감춰졌다는 것이다. 그는 “종편 등 많은 언론들이 북한 꽃제비 사진을 현재의 모습처럼 내보내고 있는데 그게 언제 어디인지 등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특권층만 사는 평양만 봐서 그렇지 다른 지역은 여전히 피폐할 것이라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는데 신의주, 사리원, 남포 등도 가고 시골의 아이들도 만났다”며 “정보당국자는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필요한 것만 내보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관련 책을 펴낸 뒤 강연 초청이 잇따라 전국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진 위원장은 “연령이나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통일 방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등 국민적 욕구가 대단히 크다”고 강조했다. 상임고문으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이종찬 전 국정원장, 권영길 전 국회의원이 참여한다. 그는 “올초에 기본사업계획서를 갖고 설명한 지 1시간 만에 모두 공감하며 허락했다”고 밝혔다. 또 청년부터 실향민, 해외동포 등 폭넓게 참여하는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할 예정이다.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북녘의 산하·영화·드라마 등 북한 사회문화를 소개하는 영상물을 80% 정도 내보낼 예정이다. 북한의 콘텐츠 제공 의향서도 이미 받았다. 그는 “북한엔 고주몽, 임꺽정 등 우수한 역사드라마가 많고, 백두산 사계, 금강산 동식물 등 자연 다큐멘터리나 스포츠·과학 콘텐츠도 제법 있다.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고 국정원 등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아 송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목록은 북한으로부터 10월에 받기로 했다. 국내에 미국·일본,·중국 드라마 마니아들이 많은데, 자막없이 우리말과 함께 보는 북한드라마 ‘북드’도 시청자들에게 정서적으로 훨씬 가깝고 재밌게 느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북에 지불해야 할 방송콘텐츠 저작권료는 일단 북한 제재가 풀릴 때까지 공신력있는 은행에 예치하기로 했다. 그는 “대북 제재가 존재하는 한 1달러라도 북에 넘어가면 안 되니까 공탁을 양해받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원이다. 플랫폼은 24시간 방송 가능한 케이블티브이를 생각하고 있다. 방송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피피·PP)가 되려면 최소 납입자본금 5억과 방송장비, 인건비 등 자금이 만만찮게 들어간다. 그는 “국민주 모금 방식의 한겨레신문을 모델로 삼았다. 한 주에 1만원으로 다섯 주부터 약정을 받는 안을 합법적으로 기획해 자본금 100억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벽돌을 한장씩 쌓는 마음으로 다수의 국민 참여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를 비롯해 편집기 등 방송 장비들은 비용 최소화를 위해 임대하고, 편성이나 송출 등 인력도 당분간 외주관리를 총괄하는 인력만 쓸 예정이다. 그는 “서울·경기·강원도 등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올안에 시험방송하고, 개국 뒤 1년 안에 흑자경영을 이끌어 배당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통일티브이가 개국하면 그는 대표를 맡아 방송 전체를 총괄한다. 이번주에 서울 사무소를 개설하고 북한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남한 언론사 최초의 평양 사무소도 추진하고 있다. 10월부턴 프로그램 자체 제작을 위해 한달에 한번 방북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한반도 밥상, 마식령 스키장, 금강산, 칠보산 등을 취재해 남북간 문화 소통의 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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