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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8 05:00 수정 : 2018.07.18 09:42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

버즈피드가 프랑스판의 문을 닫기로 했다. 뉴미디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건 대단히 충격적인 소식이었을 것이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온라인 뉴미디어들은 종이 매체에 기반한 기존 언론을 뛰어넘어 승승장구 중이었다. 모든 언론 종사자들이 버즈피드를 배우라고 떠들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지금 뉴미디어들의 상황은 불타는 유성우가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백악기 말 공룡들과도 비슷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버즈피드는 미국을 제외하면 10개국에 지부를 갖고 있다. 허핑턴포스트가 현지 언론사와 손잡고 16개국에 국제판을 런칭한 것과는 달리, 버즈피드는 직접 개별 국가의 뉴스룸을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버즈피드 프랑스는 꽤 성공적이었다. 다른 국제판들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것에 반해 버즈피드 프랑스는 나름의 탐사보도 기사로 5년간 많은 독자들의 신뢰를 끌어모았다. 트래픽도 수익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2017년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약 1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뒀다. 그럼에도 버즈피드가 프랑스판을 닫기로 결정한 이유는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중평이다. 그리고 그 미래는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2017년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바꾸자 일순간에 기세등등하던 인터넷 뉴미디어들의 추락이 시작됐다. 페이스북에는 기업 광고와 가짜뉴스만 넘친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자 그들은 뉴스 피드에 이용자와 친한 친구와 지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보이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사들의 기사가 이용자들에게 보이는 비율을 현격하게 낮추기 시작했다. 종이 매체의 판매에 기대지 않고 대부분의 트래픽을 소셜미디어, 그것도 페이스북으로 끌어들이던 뉴미디어들의 추락은 어쩔 도리 없는 일이었다. 뉴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일으킨 페이스북이 뉴미디어의 가장 거대한 공적이 되어버렸다.

이건 뉴미디어들의 실수이기도 했다. 온전히 자사 트래픽을 네이버에 기대는 몇몇 한국 언론의 상황과 비슷하게, 뉴미디어들은 온전히 모든 트래픽과 수익을 페이스북에 기대이고 있었다. 페이스북이 알고리즘만 바꾸면 언제든 무너져내릴 허약한 기반 위에서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해온 것이다. 대비는 충분하지 못했다. 뉴미디어들은 이미 페이스북의 소소한 알고리즘 변화를 몇 번 겪어온 참이었다. 다급해진 뉴미디어들은 스냅챗, 인스타그램 같은 새로운 소셜미디어를 통한 트래픽과 수익 성장을 시험해 왔다. 버즈피드는 직접 독자들에게 물건을 파는 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페이스북을 대체할 만한 힘은 없었다. 페이스북의 독점은 가짜뉴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압도적이다.

버즈피드 프랑스는 노동조합의 가치를 아는 정부 덕분에 잠시 숨을 돌리긴 했다. 지난 6월 27일 프랑스 법원은 버즈피드가 프랑스판을 폐쇄할 이유가 있음을 입증할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제동을 걸었다. 버즈피드 프랑스 직원들은 잠깐의 파업 후 다시 뉴스룸에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계속해서 버즈피드의 전성기를 누리게 만들어 준 리스티클(‘…하는 몇가지’라는 리스트 형태를 띤 글)을 써낼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눈보라에 대비하기도 전에 겨울은 이미 왔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봄은 다시 오겠지만 뉴미디어들에게 이 겨울은 매우 길고 혹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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