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ㆍ관계자들이 MBC에 던지는 고언 "내부 언로 넓히고 게이트키핑 강화해야"
수렁에 빠진 MBC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올 초 '구찌 핸드백 사건'부터 시작해 '음악캠프 알몸노출 사건', '731부대 화면 오용 사건', '상주 참사' 등을 거쳐 'PD수첩 사태'에 이르기까지 올해 MBC가 보여준 모습은 한 방송사가 보여줄 수 있는 구조적 위기의 총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MBC의 이 같은 위기상황이 단순한 실수라기보다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구성원간 의사소통 원활히 해야 = MBC PD 출신인 주철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오늘날 MBC가 처한 문제의 원인이 내부 구성원간 진솔한 의사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주 교수는 "방송은 협업"이라며 "서로간에 충분하고 진솔한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가 있으면 고쳐나가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 MBC의 구성원들간에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균형감각으로 지금은 이것이 무너진 상태"라며 "달리기를 할 때 숨고르기를 하라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달려갈 때는 관망만 하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거봐라'라는 하는 식으로 하면 악순환만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부의 의견도 겸허히 경청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그렇지만 사장이 물러나야 한다든가 다시 과거 체제로 돌아가자든가 하는 식의 주장은 근본적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내부 감시시스템 강화해야 = 김주언 신문발전위원회 사무국장은 "프로그램 게이트키핑 기능이 무너졌다고들 하는데 내부에서 성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외부인사로 하여금 점검하는 옴부즈맨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김영호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이번 'PD수첩'뿐 아니라 '뉴스데스크'의 '731부대' 화면 오보 등의 문제는 게이트키핑 기능의 부족 때문으로 진단된다"며 "조직 내의 조정기능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방송사의 경영진은 프로그램에 대해 책임이 있기 때문에 편성 과정의 조언 등의 차원에서 게이트키핑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으로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는 편성권의 독립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범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동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MBC의 경우 부장과 국장, 본부장 등 간부들의 영이 안 서는 것이 문제"라며 "간부들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향으로 내부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여론몰이에 굴복하는 것은 옳지 않아 = 이범수 이사는 "사장이 퇴진한다고 해서 현 사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누리꾼들의 잘못된 여론몰이에 밀려 사장이 퇴진한다든가 프로그램이 폐지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잘못된 부분은 개선해나가면 될 것이며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든가 사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주철환 교수도 "사장이 바뀐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최문순 사장이 물러나야 한다든가 과거 이긍희 사장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더러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주언 사무국장은 "최문순 사장이 사퇴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수습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MBC의 장래도 기대하기 어렵고 내부 분위기도 쇄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최창섭 방문진 이사(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PD수첩' 사태는 이미 MBC나 방문진의 손을 떠났고 국민의 뜻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 열 김준억 기자 passi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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