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2.02 18:31 수정 : 2005.02.02 18:31


언론-기업‘부적절한 공생’ 끈 될수도
경제부 경제지 출신이 절반…대기업이 1/3
기업결산 공고 게재·주식보유한 경우도 있어
"현직에 도움된다" "사의표명"등 다양한 해명

<한겨레> 조사결과, 신문의 지면을 결정하는 편집국장·사회부장·정치부장에서 대표이사·주필·논설위원까지 언론사의 고위 간부들이 기업체나 공기업의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실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또 이들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기업체가 대기업군이나 공기업에 몰려 있는 게 특징이다. 일부 언론인은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는 기업체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경제통 언론인과 대기업 비율 높아=사외이사로 활동하는 현직 언론인들의 경력을 한국언론재단 언론인 데이터베이스로 검색해 본 결과, 경제부나 경제신문에서 일한 적이 있는 사람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전체의 반인 10명의 언론인이 경제부나 경제신문 출신이었고, 그 가운데 4명은 언론인 생활을 <매일경제신문>에서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별로 보면 <동아일보> 3명(동아닷컴 포함), <세계일보> 2명, <조선일보>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경향신문>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서울경제> 등은 1명씩이다. 표 참조

이들이 활동하는 기업을 보면, 케이티·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하이닉스·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우리금융 등 국내 30대 그룹이나 계열사들이 3분의 1을 차지했다.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금호그룹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종합금융 등 세 계열사에서 언론인 사외이사를 뽑았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 관계자는 “언론인 사외이사가 다른 기업에 비해 많은 것은 언론인 직업 자체가 비판적 시각도 있고 객관적으로 보는 사회적인 위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 악어와 악어새?=기업들이 사외이사로 현직 언론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자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언론인은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거나 주식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보통신 전문지인 <전자신문>은 박성득 사장이 정보통신 회사인 케이티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민병문 <헤럴드경제> 주필은 자신이 사외이사로 있는 중소기업은행의 주식 847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민 주필은 “회사에서 임원들에게 주식을 구입해 달라고 요청해 샀지만, 매매는 하지 않고 가지고만 있다”고 해명했다. 백인호 <광주일보> 대표이사가 사외이사로 있는 금호종합금융은 광주일보에, 민현식 동아일보 상임감사가 사외이사로 있는 경방은 동아일보에 기업 결산, 주주총회 등의 각종 공고를 내는 것으로 나왔다. 해당 기업들은 “신문공고와 사외이사와는 직접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성한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현직 언론인의 사외이사 진출은 언론사 쪽에서는 광고 등에서 유리한 관계를 얻고, 기업은 언론인 사외이사를 자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로 활용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사외이사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직 언론인의 사외이사 참여는 언론의 건강성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해당자들 다양한 반응 …참석률은?=해당 언론인들은 사외이사 활동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다” “현직에 도움이 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재호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정서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전화통화에서 “사의를 표명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의 언론인들은 “현직에 도움이 된다”며 사외이사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일부 언론인은 “친구가 부탁해서” “후배가 요청해서” 등의 이유를 들어 기업활동 및 경영 감시를 위해 만든 사외이사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친분’을 통해 사외이사가 됐다고 밝혔다. 확인 과정에서 일부 언론인들은 의견 표명 자체를 거부하거나 전화통화를 피했다. 일부 언론인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의견을 듣지 못했다.

한편, 기업지배구조 개선지원센터가 2003년 상장법인의 사외이사 참석률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공무원(80.2%)·금융인(76.8%)·연구원(74.6%)·세무사(72.3%)·고문 자문(71.9%) 차례로 나왔고, 언론인(67.4%)은 조사대상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이승경 김영인 기자 yami@hani.co.kr


대부분 언론사 윤리강령 모호
"외부활동 제한규정 구체화해야"

현직 언론인들이 기업체 사외이사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구체적인 규정을 갖고 있지 않아, 사내 윤리강령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언론사 가운데 외부 활동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은 언론사는 <한겨레> <한국방송> <교육방송> 등이다. 이들 언론사는 외부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까지도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에 담고 있다. <한겨레>는 윤리강령 실천요강에 “우리는 정부기관 등 외부 기관의 사업 및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외부 기관의 사업 및 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발생한 경우에는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했다. <한국방송>은 “방송 업무와 관련하여 이해가 상충될 수 있는 사회활동이나 영리 행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고, <교육방송>은 “어떠한 경우에도 외부 기관에 정규·비정규적으로 고용되어 대가를 받고 용역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정했다.


%%990002%%

이와 달리 몇몇 언론사는 윤리강령에 외부 활동을 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조선일보>는 기자준칙에서 “기자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대외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했고, <동아일보>는 기자윤리강령에서 “언론인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외부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해 놨다. <매일경제> 윤리강령에는 “업무와 관련된 업체나 단체의 사업에 개인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1996년에 만들어진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에는 ‘정보의 부당이용 금지(14조)’나 ‘언론인의 품위(15조)’에 다소 관련이 있지만, 사외이사와 같은 ‘외부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한편 외국은 현직 언론인의 외부 활동에 대해 업무와의 연관성이나 회사 이미지에 관련해서는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엘에이타임스> <뉴욕타임스> <시카고트리뷴> 등 미국 언론들은 현직 언론인의 외부 활동에 대해 편집인의 사전 승인은 물론 외부 활동에 따른 일정액 이상의 사례금까지 회계보고 하도록 의무화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자들은 대가에 관계없이 정부 위원회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며 “그 외 위원회, 자문위원회 혹은 기타 유사한 단체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미국 전문언론인협회(SPJ) 윤리강령에도 “언론인의 고결성을 훼손할 수 있는 선물, 호의, 비용부담, 무료 여행과 특별 대우를 거절해야 하며 부업, 정치 간여, 공직을 맡거나 지역사회에서의 봉사를 피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전문언론인협회는 1909년 설립된 미국의 언론인 단체로, 현재 1만3500여명의 언론인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언론인이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기업체로부터 금전적인 이익을 받는다는 점에서 언론의 독립성에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며 “사외이사 등 언론인의 외부 활동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과 사안별 허가를 심의하는 윤리위원회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경 기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